최근 들어 주택 시장에 예년과 다른 이상(異狀)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방학 특수(特需)로 불리던 7~8월 전세 시장은 사실상 개점 휴업했다. 그동안 집값 상승 사각지대였던 수도권 외곽지역이 올 집값 상승률 ‘톱10’을 점령하는 사건(?)도 벌어졌다. 강남 턱밑까지 추격했던 신도시 집값은 올 들어 날개 없이 추락하고 있다. 도대체 시장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방학 이사철 전세금 요지부동=올 전세 시장에선 여름 방학 특수가 사실상 실종됐다. 통상 이맘때면 학교를 옮기려는 학군 수요와 신혼부부 수요로 매년 전세금이 출렁거렸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거래도 없고, 가격도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약세다. 강남에선 2500만~3000만원까지 떨어진 곳도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7~8월 주간 전세금 변동률은 지난해 0.5% 안팎에서 올해는 0.1%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이유가 뭘까. 우선 아파트 입주물량이 일시적으로 늘었다. 7~9월 서울 입주물량(1만4000가구)은 작년(1만1000가구)의 1.3배에 달한다. 스피드뱅크 김은경 팀장은 “광역학군제 도입으로 학군 우수 지역에 대한 선호도가 급락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강남과 양천구 목동, 노원구 중계동 등 전통적인 학군 선호지역의 전세금은 올해 오른 곳이 거의 없다. 부동산114 김규정 팀장은 “전세기간이 만료된 세입자들이 지난 2년간 급등한 전세금을 감당하기 힘들어 재계약으로 눌러앉는 사례도 많았다”면서 “다만, 분양가 상한제 시행과 주택 공급 감소 등으로 가격 불안 요인은 잠복해 있다”고 말했다.
◆바닥 모를 신도시 집값 하락=신도시의 집값 추락은 전문가들도 예상하지 못한 일로 꼽힌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대표는 “워낙 작년에 급등했기 때문에 조정을 거칠 것으로 봤지만 생각보다 하락세가 오래 간다”고 말했다. 실제로 분당·일산 등 수도권 5개 신도시 집값은 지난해 평균 21%나 올랐지만, 올해엔 지난 4월 이후 4개월째 조금씩 떨어지면서 평균 0.57% 하락했다. 분당의 경우, 50~60평형대 중대형은 작년보다 3억~4억원씩 내린 매물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산도 지난해 6억원 선이던 마두동 일대 30평대가 올해는 5억원 선에 주인을 찾고 있다. 전문가들은 작년과 달리 수요 기반이 약해진 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부동산퍼스트 곽창석 전무는 “신도시는 전형적인 중산층 선호지역”이라며 “올 들어 6억원대 아파트가 속출하고, 대출 규제도 강화되면서 사실상 진입 장벽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시간과공간 한광호 대표는 “2기 신도시 개발과 분양가 상한제로 싼 아파트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것도 원인”이라며 “일시적 조정일지, 대세 하락일지는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