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경매장 열기
즐거운 비명소리는 경매장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옥션이 지난 9월 28일 경매를 할 땐 한 달 동안 600여명이 새로 회원 가입을 했다. 그 중 100명은 연회비 10만원을 내고 경매 때마다 응찰자격을 갖는 유료회원이었다. K옥션이 대중에게 가까이 가겠다며 9월 14일 서울 압구정동 현대백화점에서 경매를 했더니, 400명 가까이 몰려와 좌석 180석을 넘치게 채우고 입구 바깥까지 서 있었다. 원래 경매는 누구나 가서 구경을 할 수 있지만, 최근에는 구경꾼 자리도 예약을 해야 할 정도로 사람이 몰린다. 이 때문에 서울옥션은 지난달부터 케이블TV와 위성방송을 통해 경매를 생중계해 집에서 TV를 보면서 전화로 응찰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지방에서 올라오는 손님들도 많아지자 이달 20일엔 부산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첫 ‘출장경매’를 한다.
▲ 지난달 19일 한국화랑협회가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연아트페어에선 작년보다 3.5배(금액기준) 많은 그림이 팔렸다. 관람객들이 그림을 둘러보고 있다. | |
◆70% 이상은 1000만원 미만 작품
100만원 안팎으로 소장할 수 있는 판화와 드로잉의 인기가 오르는 것도 이런 ‘작은손’ 컬렉터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서울옥션의 중저가 경매인 ‘열린경매’의 낙찰률은 2004년 34.2%에서 2006년 9월 현재 58.9%로 확 올랐고, K옥션이 지난 4월 아예 판화와 드로잉만 가지고 경매를 하자 낙찰률은 93.6%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주식처럼 쪽박 찰 수도
은행에 묻어둔 돈은 내 눈에 보이지 않지만, 미술에 묻어둔 돈은 예쁜 그림으로 언제나 내 눈 앞에 걸려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심리적 이자율’이라 표현한다. 이런 장점들 때문에 ‘누구나 컬렉터 시대’가 열리고 있다.
다만 수십만원, 수백만원으로 그림을 사기 시작하는 작은 손 컬렉터들은 ‘적은 돈으로 큰 돈 벌겠다’는 허황된 기대를 버리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100만원짜리 사서 올라봤자 사고파는 수수료 떼면 남는 게 별로 없다. 큰 돈을 들여도 허무하게 돈을 잃을 수 있는 건 주식투자와 마찬가지다. 한 예로 1994년 뉴욕에서 135만 달러에 경매된 클로드 모네의 유화 ‘앙티브’는 3년 만에 50만 달러가 올라 1997년에 185만 달러에 되팔렸지만, 같은 인상주의 대가인 르누아르의 유화 ‘빨래하는 여인들’은 1993년에 490만 달러에 낙찰됐다가 2005년에 290만 달러로 값이 반토막 났다. 사람들의 취향이 바뀌었기 때문에 10여 년 만에 200만 달러(20억원)가 날아갔다. 아직 미술시장의 투명한 정보와 데이터베이스가 부족한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예가 더 많다는 것만 잊지 않고 조심한다면, ‘그림쇼핑’은 누구나 시작해 볼 수 있는 유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