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제공] 한나라당이 국가보안법, 행정수도 이전, 과거사진상규명 등 여야 간에 큰 시각 차를 보여온 3대 입법에 대해 국민청원운동을 벌이겠다고 하자, 열린우리당이 "냉전시대의 낡은 이념 논쟁"이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김덕룡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29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3대 입법에 대한 국민청원 등 장외투쟁 가능성이 있느냐"는 물음에 "아직 구체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정부여당이 수도이전, 국보법, 과거사 등의 문제에 있어 밀어붙이기를 계속한다면 그 투쟁 방법의 하나로 국민투표, 서명운동을 넘어선 국민청원운동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청원은 국민이 국가기관에 문서로서 어떤 희망사항을 청원할 수 있는 기본권으로 헌법 26조에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국가기관에 문서로 청원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청원에 대해 심사할 의무를 지닌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청원은 상임위원회나 본회의에 부의되지 못하고 자동 폐기되어 왔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기획위원장인 민병두 의원은 "경제도 어려운 시기에 청원운동은 냉전시대의 낡은 이념논쟁으로 전면전을 하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그는 수도이전 관련해 "한나라당은 구체적인 당론을 정하지 않고 우왕좌왕하면서 국민을 세 대결에 동원하려고 한다"며 한나라당 대권후보군의 미묘한 갈등을 비판했다.
서영교 열린우리당 부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무시무시한 박정희 정권과 전두환·노태우·김영삼 정권에 뿌리를 둔 한나라당이 국민청원을 한다니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청원운동은 과거 자신의 기본적인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힘없는 민중들의 생존을 건 운동 방식이었다"고 한나라당의 청원운동 움직임을 비판했다.
이어 서 부대변인은 "한나라당은 (16대 국회에서) 자신들이 다수 의석을 갖고 통과시킨 신행정수도건설법을 이제 와서 막겠다고 하고, 일제에 뿌리를 둔 국부독재의 유지 수단이었던 국가보안법 존치를 위한 국민 서명을 받겠다니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라고 비꼬았다. 이어 그는 "국민청원 할 사안과 국회에서 해결해야 할 사안이 있듯이 국민청원 할 권리와 그럴 권리가 없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수도이전사업 추진비용과 관련 "용역비 사용(68억), 홍보비 과다사용(21억원), 예비비부당배정(15억원), 일반회계예산 부당전용(2.9억원) 등의 사례가 발견되었다"며 "대다수 국민이 반대하는 사업예산이 국회에서 통과되기를 바라는 것은 반민주적 발상"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