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금, 은, 팔라듐 등 희소금속이 다량 포함된 ‘디지털인프라 폐기물’이 국내에서 재활용되지 못해 해외로 반출되고 있다. 디지털 인프라 폐기물이란 데이터센터와 이동통신 기지국에서 배출되는 서버, 네트워크, 안테나 등으로, 이에 대한 관리체계가 전무해 발생 규모는 물론 포함된 금속의 종류와 경제적 가치도 파악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 광석·PCB t당 금 추출량(위)과 한국 디지털 폐기물 배출량(표=김일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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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디지털인프라 폐기물을 다루는 국내 재활용 업체는 10여 곳이 있다. 재활용 업체들은 데이터센터사업자나 이동통신사업자로부터 이관받은 전기전자 폐기물을 1차로 분류·분해·파쇄해 고철류만 분류한 뒤 서버나 통신 중계기, 교환기 내부의 복잡한 부품들은 대부분 제 3국에 매각한다. 직접 처리할 때보다 해외 딜러에게 판매하는 것이 더 많은 마진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주요 수출국은 중국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폐부품에 포함된 희소금속 재자원화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점이다. 디지털인프라 폐기물에 함유된 희소금속을 재활용하면 에너지를 절감하면서 광물을 추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톤의 인쇄회로기판(PCB)에서는 약 1.5kg의 금을 추출할 수 있다. 광석 1톤으로 1.4g의 금을 얻는 것과 비교하면 1000배 많은 양이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폐금속 재활용 시 채굴 대비 알루미늄은 95%, 구리는 85%, 철강은 74%의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전자 폐기물(E-Waste)은 급증 추세다. 올해 UN이 공개한 ‘글로벌 전자 폐기물 모니터(GEM)’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한국의 전자 폐기물 배출량은 3년 전 대비 13.7% 증가한 93만톤을 기록했다. 특히 인구당 배출량은 17.9kg으로, 글로벌 평균치인 7.8kg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 폐기물은 회로가 있는 가전제품이나 사업 용품, 전원 공급 장치가 있는 전기 부품 등의 폐기물 일체를 말한다.
하지만 희소금속이 다량 포함돼 경제적 가치가 큰 디지털 인프라 폐기물은 자원순환 관리체계 밖에 있어 현황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 현행법상 재활용 및 생산자 회수·인계 대상에 포함되는 폐전기·폐전자제품은 생활가전·사무기기에 한정돼 있기 때문. 환경경영 컨설팅 기업 협회인 스코프쓰리협회의 송효택 이사는 “국내 디지털 인프라 폐기물이 일반 폐기물로 분류돼 단순 매각 처리되면서 상당 물량이 중국으로 흘러가고 있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산업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