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차라도 올라타자" 패닉바잉에 급증한 빚…"일관된 메시지 내놔야"

[고삐 풀린 가계대출]②스텝꼬인 정책에 '패닉바잉'
'스트레스 DSR 2단계돌연 연기
금융당국·국토부 PF대응 엇박자
2%대 금리 속 '막차타기 폭주'
집값 오버슈팅땐 부작용 불가피
일관된 정책으로 시장 충격 막아야
  • 등록 2024-07-11 오전 6:00:00

    수정 2024-07-11 오전 8:15:01

[이데일리 정병묵 김아름 기자] 지난달 25일 대출 한도를 더 조이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이 9월로 두 달 연기됐다. 이달 중 정부가 발표하는 ‘범정부적 자영업자 지원 대책’과 이달 말부터 시행하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성 평가 등 PF 시장 연착륙을 고려했다는 게 금융위원회의 설명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이틀 뒤 “부동산 PF와 취약차주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며 “부동산 띄우기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이 미뤄지면서 규제 시행 전 대출을 받으려는 막차 수요가 더 늘어났다. 금리가 2%대로 3년 만에 떨어진 상황이라 강남 3구 등 상급지로 이동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갈지자 정책 행보 탓에 가계 빚이 급격히 늘어나는 ‘스노볼’ (snow ball) 현상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금리 더 뛰기 전에 막차 타자”

시장에서는 ‘금리가 더 오르기 전에 막차 타자’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이는 최근 부동산 시장 과열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일 기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을 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 신고 건수는 이날 현재 총 5188건을 기록했다. 6월 계약분은 신고기한이 이달 말까지로 20일 이상 남아 있는데 벌써 4월 거래량(4990건)을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계약일 기준으로 월간 거래량이 5000건을 돌파한 것은 2021년 5월(5045건) 이후 3년 1개월 만에 처음이다.

심각성을 인지한 금융당국이 급히 은행 대출 조이기에 나섰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성급한 금리인하 기대와 국지적 주택가격 반등에 편승한 무리한 대출 확대는 가계부채 문제를 다시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다음날 이준수 금감원 부원장이 17개 은행 부행장들을 불러 “가계대출을 더 조이라”고 주문했고 이달 15일부터 현장점검에 들어가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당국의 으름장에 주요 시중은행은 물론 인터넷 전문은행까지 주담대 금리를 부랴부랴 올리고 있다. 주담대 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금리가 최근 하락한 상황임에도 은행들이 무리하게 금리를 올리는 상황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시장은 정부 정책을 보고 결정하는데 각종 정책금융 확대와 결정적으로 스트레스 DSR 2단계 연기가 금융완화 시그널을 준 것처럼 보인다”며 “‘빨리 대출받아 오르기 전에 사자’는 ‘패닉 바잉’ 심리가 최근 가계부채 폭증을 자극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처음부터 일관된 규제 스탠스를 이어갔다면 시장에 충격이 덜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패닉바잉 이어지는데…금융당국-국토부 ‘엇박자’

부동산 PF 연착륙을 위해 국토교통부가 단행한 일부 대책 또한 금융당국과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일관된 정책 메시지 전달에 실패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PF 위기가 번지지 않으려면 미분양을 잡아야 하지만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 2129가구(5월말 기준)로 지난해 12월 이후 6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1만 3230가구로 지속적으로 적체되고 있다. 국토부로서는 미분양 문제 해소를 위해 정책금융 도입 등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정부가 PF 연착륙을 위해 도입한 정책금융 등이 내 집 마련에 나선 수요를 자극하고 있어 문제다. 서울 일부 지역 아파트는 하루에도 몇억씩 호가를 달리하며 매물을 감추는 일이 비일비재해지자 수요자들이 패닉바잉을 시작했단 것이다. 이에 국토부는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 3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을 중심으로 현장점검에 나섰다.

은행도 관리 범위를 벗어난 정책대출의 급증에 우려하고 있다. 올해 1~5월 풀린 정책금융상품 디딤돌·버팀목 대출 잔액만 14조원에 달하며 전체 가계대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주택 관련 대출 증가에서 버팀목(전세)이나 디딤돌(주택구입) 등 정책자금 대출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며 “실수요자를 위해 출시한 정부 상품이고 은행은 단순히 판매할 뿐, 개별 은행이 판매를 제한하거나 대출 대상자 요건을 강화하기 어렵다”고 했다. 국토부에선 정부가 나서야 할 정도로 시장이 과열됐다고 보진 않는다.

이날 국회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신생아 특례대출의) 지난 실적을 보니 주택시장 영향을 줄 만큼 그렇게 많이 나가지는 않았다”며 “이것 때문에 집값이 오르지는 않는다. 부작용의 정도는 우려는 하고 조심해서 보고 있으나 치명적인 부작용까지는 안 갔다고 판단한다”고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주택 가격이 치솟는 데 대한 규제가 곧 나올 것으로 전망했지만 국토부에서는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시장이 갑자기 반응하면 부작용이 커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더 강력하고 범정부적인 메시지를 통해 국지적인 집값 오름세를 진정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집값이 충분히 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준비되지 않은 상승장은 반드시 후유증을 가져온다”며 “지금 대세 상승으로 전환되고 집값이 오버슈팅 되면 결국 내려올 때는 은행에 큰 충격을 가할 수 있고 대한민국 경제에도 커다란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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