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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조미희 풍림파마텍 부사장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용 최소잔여량(LDV·Low Dead Volume) 주사기 개발부터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기까지의 과정을 이처럼 회고했다.
풍림파마텍이 중기부와 삼성의 도움으로 개발한 LDV 특수주사기, 일명 ‘쥐어짜는 주사기’는 글로벌 백신회사 화이자의 코로나 백신과 빠르면 이달부터 전 세계로 수출된다. 일본은 이 특수주사기를 확보하지 못해 백신 1200만명분을 버릴 위기에 처했다. 일반 주사기는 백신 한 병으로 5회 접종할 수 있지만, 풍림의 주사기를 쓰면 접종 후 버려지는 백신 잔량을 최소화해 6회까지 접종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24일 첫 대책회의로 시작한 ‘주사기 작전’은 두 달도 안 돼 월 1000만개 양산, FDA 정식 승인이라는 ‘쾌거’로 마무리됐다. 관계자들은 이를 두고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라고 부른다.
무엇보다 중기부와 삼성, 풍림파마텍이 주사기에 매달렸던 배경에는 코로나 백신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숨어 있었다. 당시 화이자 등 백신회사들은 특수주사기 물량 확보에 애를 먹고 있었다. 문제는 전 세계 어느 업체도 글로벌 백신회사들이 요구하는 성능의 특수주사기를 충분히 생산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박 전 장관은 “(코로나 백신 도입 협상에) 우리 정부도 뭔가 레버리지(지렛대)를 찾아야 하는데 ‘도대체 뭐가 있을까’ 고민을 하고 있는데 삼성에서 풍림파마텍 주사기를 찾아낸 것”이라며 “처음에 기술보안을 우려해 안 하시겠다던 풍림파마텍 대표님도 국민을 위한 일이라고 적극적으로 설득해 기적이 시작됐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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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도움으로 풍림파마텍은 단 4일 만에 주사기 시제품 샘플을 만들어 화이자에 보낼 수 있었다. 예상보다 훨씬 훌륭한 성능을 가진 주사기에 화이자 측도 깜짝 놀랐다고 한다. 박 전 장관은 “화이자 측에서 제품을 받아본 지 일주일 만에 오케이 싸인을 보냈다”며 “자신들이 가진 제품보다 성능이 훨씬 좋았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풍림파마텍의 LDV 주사기는 주사 후 백신 잔량을 4.1마이크로리터(μL)까지 줄였다. 통상 백신회사들이 요구하는 주사기의 최소잔여량은 25μL 이하다. 여기에 풍림파마텍 주사기는 찔림 사고를 방지하는 안전가드 기능까지 갖춰 수출에 최적화된 제품이었다.
결국 풍림파마텍의 LDV 주사기는 지난 17일 FDA로부터 정식사용승인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도 삼성의 활약이 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화이자 측과 소통을, 삼성바이오에피스는 FDA 승인에 필요한 서류 검토부터 허가 절차를 지원했다. 삼성그룹 차원의 ‘총력 지원’이었던 셈이다.
조 부사장은 “승인을 받던 17일 새벽에도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로부터 ‘승인이 났다’며 먼저 전화가 걸려왔다”며 “서류 작업부터 모든 과정을 많이 챙겨주셨다”고 삼성 측에 감사를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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