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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딸의 상태는 심장과 폐 모두 수술로 치유할 수 없고, 그저 병의 진행을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상태였다. 담당 의사의 권유로 당시 세계 최고의 기관으로 꼽히던 ‘영국국립심장센터’에 가 보았지만, 결론은 마찬가지로 ‘불치의 상태’라는 것이었다. 이 일은 세종병원에서 국내외의 해외심장병어린이 돕기 사업을 적극적으로 하게 된 계기가 됐다.
선천성 심장병은 심장 안에 막혀 있어야 할 구멍이 막히지 않아서, 몸으로 순환되는 혈액보다 폐로 순환되는 혈액이 2배이상 많아지는 병이다. 심장과 혈관들은 정상적인 상황의 혈액 흐름을 감당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는데, 폐혈관에 정상에 비해 2배 이상 많은 혈액이 장기적으로 흐르게 되면 폐혈관이 손상된다.
과거에는 아이젠멩거 증후군에 대한 치료 방법이 전혀 없었지만, 지금은 망가진 심장과 폐를 한꺼번에 이식하는 심·폐 동시 이식술로 치료하기도 하고, 또는 새로 개발된 폐동맥 확장제를 사용해 증상을 완화 시켜주는 치료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엄청난 치료비를 들이고도 확실한 효과를 얻지는 못한다. 그런데, 선천성 심장병은 이런 악순환이 진행되기 전에 초기에 진단하고 치료를 해 주는 경우에는 후유증 하나 없이 완전히 나을 수 있는 병이기도 하다.
세종병원에서는 여러 종교단체와 자선단체들의 지원을 받아서 1989년부터 매년 수십명에서 많게는 200명이 넘는 해외 심장병 어린이들을 초청해서 무료로 치료해 주는 ‘아이젠멩거 증후군 예방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며칠전에도 두곳의 종교단체에서 이 프로그램의 지원하기 위해 거금을 쾌척해 주셨다. 코로나감염증으로 인해 다들 어렵고 힘든 시기에도, 이런 따뜻한 마음을 가진 분들 덕분에,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되어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