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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개발연구원(KDI)이 23일 발표한 ‘1차 긴급재난지원금 정책의 효과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1차 지원금 지급에 따른 카드 매출액 증가분은 4조원 가량으로 집계됐다.
이는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지급한 1차 지원금 중 신용·체크카드 매출로 이어질 수 있는 11조1000억~15조3000억원의 26.2~36.1% 수준이다. 100만원의 재난지원금을 받은 4인가구라면 26만~36만원 가량을 추가로 썼다는 의미다. 재난지원금을 받지 않았을 때보다 평균 30% 정도의 소비 진작 효과가 나타난 셈이다.
나머지 약 70%는 저축이나 빚을 갚는 등 다른 용도로 활용했다. 1차 지원금은 대부분 카드 포인트나 소비쿠폰 등으로 지급해 직접 저축 등은 불가능하다. 만약 1차 지원금 100만원을 받은 가구가 있다면 이 돈으로 소비 지출하고 본래 사용할 수 있던 자금의 70%는 저축이나 빚 상환 등에 썼다는 얘기다.
오윤해 KDI 연구위원은 “원래 이전소득을 받지 않아도 자기 월급으로 소비했을 것을 공적 이전소득(1차 지원금)으로 대체하고 월급은 저축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14조2000억원 규모의 재난지원금이 온전히 사용했다기보다는 30% 정도의 추가 소비 진작 효과에 그친 셈이다.
업종별로 보면 대면접촉이 크게 요구되지 않는 내구재와 필수재는 매출액이 각각 10.8%포인트, 8.0%포인트 늘었다. 반면 코로나19 타격이 컸던 대면서비스업(3.6%포인트)·음식점(3.0%포인트)은 상대적으로 효과가 미미했다.
사우나·찜질방·목욕탕 역시 재난지원금 지급 전과 후의 매출액 감소폭이 각각 26.3%와 20.9%로 큰 차이가 없었다.
김미루 KDI 연구위원은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감염을 우려하는 소비자들이 대면서비스 소비를 꺼리기 때문으로 보인다”이고 풀이했다. 피해업종의 매출 감소를 보전하기 위한 소비 활성화 대책으로 이미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수요가 꾸준했던 필수재 등이 정작 더 큰 혜택을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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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활성화 대책, 코로나19 방역 정책과 상충”
코로나19 시국에서 소비 진작책은 뚜렷한 한계를 갖고 있다. 정부 지원금을 받았다고 감염 위험을 무릅쓰며 음식점이나 여행 등에 지출할 수요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수도권은 5인 이상 사적 모임을 금지하는 등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방안을 시행하고 있어 피해 업종의 타격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면서비스업종에 대한 소비활성화 정책은 방역 정책과 상충할 수도 있다고 KDI는 지적했다. 이는 재난지원금을 기본소득 형태인 전국민 지역화폐로 지급해야 한다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주장과 정면 배치된다.
보편적인 재난지원금 지급의 제한적 효과를 감안할 때 한정된 재정 여건에서는 선별 지급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추가 소비효과가) 30%정도라면 일반적인 이전지출 승수 효과 수준으로 경기 활성화 효과는 아주 크지 않았다고 봐야한다”며 “재난지원금의 목적을 ‘어려운 계층 지원’으로 명확히 하고 (피해계층인) 소상공인 등을 타깃으로 잡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피해업종을 선별 지원할 때도 소득분위 같은 기존 기준보다는 직접 피해 정도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KDI는 판단했다.
김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재난지원금 지급 수요가 지속 발생하는 만큼 이에 대비해 피해규모를 수집·분석해 필요시 정밀 식별해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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