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가장 주의해야 할 질환은 고혈압이다. 추운 겨울에는 약을 복용해도 기온 변화에 의해 평소보다 10㎜Hg 이상 최고 혈압이 높아질 수 있다. 장경술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환절기나 겨울철에는 평소 혈압관리가 잘 되더라도 매일 아침 혈압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평균 혈압이 160을 넘어가면 뇌출혈 위험이 높아지는 만큼 바로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일교차 크면 뇌혈관 위험도 커져… 작년 61만여명 뇌졸중 진료
일교차가 크면 뇌졸중도 위험하다. 흔히 중풍으로 많이 알려진 뇌졸중은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져 뇌가 손상되는 질환이다. 한 번 발병하면 심각한 신체장애를 입거나 사망할 수도 있다. 혈관이 막힌 뇌경색과 혈관이 터진 뇌출혈로 구분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뇌졸중 진료 인원은 61만3824명으로 2014년 52만7229명보다 16.4%(8만6595명) 늘었다. 뇌졸중은 퇴행성 뇌혈관질환 중 하나로 나이가 들수록 환자가 늘어난다. 뇌졸중 환자의 약 80%가 60세 이상이라는 통계도 있다.
뇌졸중을 일으키는 원인은 복합적이다. 흡연, 알코올, 서구식 식생활, 운동 부족 같은 잘못된 생활습관이 성인병을 부르고 스트레스가 더해져 건강에 악영향을 줘 뇌졸중 발병 위험을 높인다. 나이가 들면서 신체가 노화하면서 점차 약해진 뇌혈관도 영향을 준다.
장경술 교수는 “뇌졸중은 고혈압이 있으면 그 위험성이 더 커진다”며 “고혈압 환자의 뇌혈관은 일교차가 큰 계절에 발생하는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터질 수 있고 생명을 위협하기도 한다”고 했다. 이외에 비만, 나쁜 콜레스테롤이 많은 이상지질혈증도 뇌졸중 발병과 관련 있다.
뇌졸중이 발생하면 평소 없던 신체 증상이 나타난다. 혈관이 막히거나 터진 뇌 부위에 따라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발음이 어눌하고 말을 잘하지 못하거나 다른 사람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언어장애를 겪을 수 있다. 또 신체의 한쪽이 마비돼 한쪽 팔·다리를 움직이려고 해도 힘이 들어가지 않거나 감각이 떨어진다.
심한 두통 때문에 속이 울렁거려 구토를 하기도 한다. 시각장애가 발생해 한쪽 눈이 안 보이거나 물체가 겹쳐 보인다. 갑자기 어지럼증이 심해 술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며 걷고 손놀림이 자연스럽지 않을 수 있다.
뇌세포는 단 몇 분만 혈액 공급이 되지 않아도 손상을 입고 한 번 죽은 뇌세포는 다시 살릴 수 없다. 뇌세포가 주변 혈관으로부터 산소와 영양분을 받으며 버틸 수 있는 시간, 즉 골든타임은 최대 3~4.5시간이다. 일단 뇌졸중이 발생하면 늦어도 4.5시간 내에 응급치료를 받아야 후유증과 사망 위험을 낮출 수 있다. 장경술 교수는 “아무리 의술이 발달하고 좋은 의료진과 첨단장비가 준비됐다 하더라도 뇌졸중 증상 발현 후 3~4.5시간이 지나면 뇌는 회복이 어렵다”며 “이상 증상을 느끼면 지체하지 말고 신속하게 병원에 가야 한다. 몸을 가누기 힘들 땐 119에 연락하거나 주변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뇌는 시간” 뇌졸중, 빠른 대처가 최고 응급조치
뇌졸중 치료법은 크게 2가지로 나뉜다. 뇌경색으로 막힌 뇌혈관을 뚫을 때 혈전(피떡)을 녹이는 용해제를 사용하는 ‘약물 재개통술’과 기구를 넣어 혈전을 제거하는 ‘기계적 재개통술’이다.
기계적 재개통술은 이같은 약물 재개통술의 단점을 보완한 치료법이다. 혈관을 막고 있는 혈전에 아주 얇은 와이어를 관통시킨 후 그 와이어를 따라 가느다란 관을 삽입한다. 이후 관을 빼면 관 속에 있던 스텐트(그물망)가 쫙 펴지면서 혈전에 엉겨 붙는다. 이때 그물망을 제거하면 혈전도 함께 빠지기 때문에 부작용을 많이 줄이면서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최근에는 뇌혈관질환 중 50% 이상이 머리를 절개하지 않는 뇌혈관 내 수술로 치료가 가능하다. 허벅지에 위치한 다리혈관으로 1㎜ 이하의 얇은 기기를 뇌까지 넣어 치료한다. 뇌혈관이 터졌다면 메꿔주고, 막힌 공간은 뚫어 준다. 뿐만 아니라 뇌동맥류, 경동맥협착증, 뇌동정맥기형, 혈관선 뇌종양까지 총 6가지 뇌혈관질환에 대한 시술적 치료가 가능하다.
장경술 교수는 “뇌수술이라면 지레 겁을 먹기 쉽지만 최근에는 머리를 열지 않고도 머리 수술이 가능한 시대가 됐다”며 “뇌는 시간(Brain is time)이라는 말이 있다. 뇌졸중은 빠른 시간만이 유일한 응급조치로, 증상 발생 후 반드시 3~4.5시간 이내에 병원을 찾아야 이겨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뇌졸중은 그 자체만으로도 사망을 초래하는 무서운 병이지만, 그보다 많은 후유장애가 남아 평생 일상생활에 장애를 초래하고 합병증을 남길 수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선 혈관을 망가뜨리는 담배는 무조건 끊어야 한다. 음식은 싱겁게 먹고, 수분을 충분히 보충하는 것이 좋다. 특히 뇌졸중 위험 인자 중 하나인 고혈압을 조절하는 데 효과가 있는 칼륨이 많은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섭취한다. 고혈압을 개선하는 운동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수영·속보·조깅 등 유산소운동을 하루에 30분 정도 매일 꾸준히 한다.
심장은 멈추면 신속하게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 하지만 뇌는 특별한 응급처치가 없다. 증상 발현 시 혈액순환을 돕는다며 손과 다리를 주물러 주기도 하는데 도리어 자극이 될 수 있는 만큼 전문 의료진이 도착할 때까지 최대한 가만히 올바른 자세로 눕혀 두는 것이 좋다. 다만 의식에 변화가 없는지 살펴보고 경련을 일으킨다면 고개를 옆으로 돌려 토사물이 기도로 넘어가지 않도록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