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이야기]해외는 디지털·비대면 '포스트 코로나' 준비…한국은?

국제경마연맹(IFHA) 연례 총회, 경마산업 미래 모색
정부와의 소통, 디지털化…조직진단·위기관리 강조
온라인 베팅으로 위기 해소 국가들, 포스트 코로나 준비
  • 등록 2020-10-24 오전 8:00:00

    수정 2020-10-24 오전 8:00:00

코로나19 여파로 텅빈 서울경마공원 풍경. 한국마사회 제공
[세종=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코로나19 이후 세계 각국의 경마 산업 재편이 가속화하고 있다. 비대면 일상화로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며 빠르게 적응해 나가고 있는 해외 국가들과는 달리 한국 경마는 산업 붕괴를 걱정할 수준의 위기에 직면했다. 한국 경마도 코로나19라는 지금의 위기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반복될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체질 개선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해외 각국, 코로나19 환경 맞춰 경매산업 유지 노력

매년 프랑스 파리에서는 세계적인 경마대회인 개선문상(Prix de l’arc de Triomphe)의 화려한 막이 내리면, 국제경마연맹(IFHA) 주관 하에 경마 산업의 흐름과 미래상을 엿볼 수 있는 연례 총회가 개최된다. 올해는 코로나19 펜데믹(세계대유행)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지난 5일부터 2주간 비대면·온라인으로 열렸다.

총 4개의 세션으로 구성된 이번 총회에서는 △글로벌 팬데믹과 경제적 불확실성 속 경마 산업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 △코로나19 속 경마 환경에 맞춘 중계, 방송제작과 미디어 체험 △글로벌 팬데믹과 경마산업 종사자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의 경마를 위한 준비를 주제로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띤 논의가 진행됐다.

지난 5일부터 비대면으로 열린 국제경마연맹(IFHA) 컨퍼런스. 한국마사회 제공
지난 5일 유튜브에 공개된 첫 번째 세션에서는 코로나19가 경마 산업에 미친 영향과 경마 산업 유지를 위한 시행체들의 노력을 공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미국, 영국 등 해당 국가들에서는 온라인 마권 발매가 가능하다는 이점을 살려 관객 출입 제한이나 방역 조치로 정부 지침을 준수하며 안정적으로 경마가 시행되고 있다.

연사들은 무관중 경마 시행이나 방역 조치 이행 등 변화된 환경에 경마 시스템이 적응해 가는 방식을 이야기하며 동시에 정부와의 소통과 협력을 강조했다.

홍콩쟈키클럽은 정부에 철저한 방역 시행을 약속하고 방역 지침 준수를 통해 무관중 경마를 시행하고 있다.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한 온라인 시상식을 개최해 경기장을 찾지 못하는 고객들의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프랑스와 영국은 타 스포츠가 중단된 기간에 TV를 통한 경마 중계를 집중적으로 시행해 무관중 시행 중임에도 경마 스포츠의 외연을 넓히는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어냈다.

프랑스 경마 시행체인 갤럽(Galop)의 올리비에 델로예(Olivier Delloye) 회장은 “프랑스의 경마 산업은 두 개의 부처가 관할하고 있으며 우리는 그들과 소통하는데 적극적으로 임했다”면서 “경마를 재개하는 것이 업계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중점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장외발매소 운영중단, 디지털화로 경마 접근성 개선

두 번째 세션에서는 코로나19로 변화된 방송·미디어 환경과 관객 입장이 중단된 상황 속에서 고객 충성도를 유지하기 위한 방법이 주제로 다뤄졌다. 주요국들은 코로나19 기간 동안 TV로 중계되는 유일한 스포츠였던 경마에 새로이 유입된 고객들을 유지하려는 노력에 힘썼다.

특히 일본 경마 시행체인 JRA에서는 기존 유료 경마중계 채널을 무료로 시청할 수 있도록 전환해 온라인 마권구매 계좌를 25만개 늘리는 결과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에 대한 주제로 진행됐던 마지막 세션도 주목할 만한 내용이었다. 경마 산업의 디지털 전환과 첨단 기술 도입·투자로 위기 타개의 해법을 찾는 시간을 가졌다. 연사로 나선 뉴질랜드 더러브렛 레이싱(NTZR)의 빅토리아 카터(Victoria Carter) 부회장은 디지털화는 경마에 대한 접근성을 개선하고 비용 절감 등에 효과적임을 강조했다.

홍콩 쟈키 클럽의 CEO이자 IFHA 부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윈프리드 브레스게스(Winfried Engelbrecht-Bresges)도 디지털 방식으로의 변화에 대해 소개했다. 장외발매소 운영 중단이라는 위기 상황을 반전의 계기로 삼아 고객들에게 전자계좌 발급을 장려하고 계좌개설 절차 시스템을 개선한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일반적인 평시에서는 가질 수 없었던 온라인 전환율을 얻을 수 있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한국경마도 온라인 도입 필요…“논의 충분히 거쳐 결론”

해외의 사례를 봤을 때 한국 경마도 온라인·디지털 전환, 정보통신기술(ICT) 도입 등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준비가 절실한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경마에 참여할 수 있는 마권을 오프라인 경마장이나 장외발매소에서 구입할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2월부터 일반 관중이 참여하는 경마는 중단한 상태다. 이에 한국마사회의 경영난과 말 산업 회복을 위해 온라인을 통한 마권 발매를 허용해야 한다는 요청이 나오고 있다.

지난 23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농림축산식품부 및 소관기관 종합감사에서 온라인 마권 발매 허용 여부를 묻는 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졌다. 김낙순 한국마사회장은 “경마 산업의 미래 가능성과 말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온라인 마권 발매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은 “경마 관련 사행성 문제나 불법 경마 등 부작용에 대한 제도적 안전장치를 준비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면서도 “마사회 경마에 대한 대중의 부정적 인식 큰 것도 사실”이라고 답했다.

온라인 경마를 시행할 경우 사행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 한 것이다. 김 장관은 온라인 경마 허용 여부에 대해 “논의를 충분히 거쳐 결론을 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낙순 마사회 회장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농림축산식품부 및 소관기관 종합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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