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엔 이 연구관이 태블릿을 켰다. 태블릿 화면에 사육 현황, 수중 영상, 먹이 공급, 어체(魚體) 측정, 수중 드론, 사육 일지, 데이터 관리 등이 떴다. 먹이 공급 버튼을 누르자 숭어 치어 20만마리가 있는 해상양식장에 배합사료가 공급됐다.
이 연구관은 “인터넷만 연결되면 창원뿐 아니라 서울이든 해외에서든 태블릿·스마트폰으로 해상양식장에 먹이를 공급하고 실시간으로 영상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과원은 이렇게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먹이 공급·현장 점검이 가능한 ‘육상스마트 양식장 플랫폼’을 특허 출원한 상태다.
태블릿·스마트폰으로 스마트하게 키운다
수과원은 2018년에 하동에 해상 스마트양식장, 2019년에 창원에 육상 스마트양식장을 구축했다. 이는 기존 가두리 양식장에 자동화와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것이다. 기존 양식장은 배를 타고 인부가 바가지 등으로 일일이 사료를 뿌려야 한다. 먹이를 언제 얼마나 줬는지 정확히 측정할 수 없어 먹이 문제로 물고기가 집단 폐사하더라도 정확한 원인을 알기도 힘들었다. 양식 성공 여부가 상당부분 ‘감’과 ‘운’에 좌우됐다는 얘기다.
반면 수과원이 운영하는 육·해상 스마트양식장은 실시간으로 양식 환경을 관리한다. 창원의 496㎡(150평) 규모 육상 스마트양식장의 5t 수조 20개, 20t 수조 2개에 향어 치어 3000마리, 메기 치어 3000마리, 뱀장어 795마리 등이 양식되고 있다. 사육 상황은 곳곳에 설치된 스크린만 봐도 한눈에 알 수 있다.
|
연구진이 보는 모니터에는 수온(22.7℃), 용존산소(9.6ppm), 염분(32.7‰) 데이터도 실시간으로 떴다. 병에 걸린 것으로 의심되는 물고기가 발견되면 수중드론을 투입해 점검한다. 박정준 수과원 연구사는 “지금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가두리 양식장 간이숙소에 상주하고 있다”며 “앞으로 스마트양식 기술이 발달할수록 편리하게 원격 관리가 가능해질 것이다. 인건비도 절감할 수 있어 생산성도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
|
해양수산부와 수과원은 이같은 육상·해상 스마트양식장을 운영한 경험을 토대로 더 혁신적인 양식장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른바 아쿠아팜 4.0 프로젝트다. 아쿠아팜은 해수부가 양식을 뜻하는 아쿠아컬처(aquaculture)와 양식장을 뜻하는 피쉬 팜(fish farm)을 조합해 만든 신조어다. 4.0이 붙은 것은 재래식(1.0), 기계를 도입한 수동식(2.0), 디지털 자동식(3.0)을 넘은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AI) 방식을 뜻한다.
이는 AI가 종자 보급, 사료 공급, 백신 투입, 양식장 설비 운영 등 양식 전 과정을 스스로 판단해 빅데이터에 기반해 관리하는 스마트양식장이다. 종자·사료 개발 및 관리, 양식장 기자재 운영, 유통·판매까지 최첨단 스마트양식을 도입한 노르웨이를 사실상 벤치마킹한 것이다. 한국판뉴딜에 포함된 이 사업은 연내에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 내년부터 2027년까지 6000억원 이상 사업비가 투입된다. 수산업 괸련 단일 연구개발(R&D) 사업 중 역대 최대다.
해수부는 한국판뉴딜 아쿠아팜 프로젝트 관련해 △효율적인 관리로 양식 기간 단축 및 사료비·인건비 절감 효과 △원가 절감에 따라 소비자가격이 내린 반값 수산물 출현 △사육환경에 맞춰 사료가 공급돼 폐사율이 줄고 물고기가 골고루 성장하는 효과 △맞춤형 사료 공급으로 양식장 인근 환경오염 최소화 효과 등을 기대하고 있다.
|
|
박정준 연구사는 “스마트양식장을 만드는 것은 불확실성이 큰 자연을 상대하는 점에서 우주선 제작과 비슷하다. 우주산업처럼 긴 호흡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장기적인 로드맵에 따라 빅데이터를 구축해 양식업의 경영 불확실성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철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양식·어업연구실 전문연구원은 “고령화, 어촌인구 감소, 기후변화에 따라 과거의 낡은 방식의 양식이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됐다”며 “우리도 노르웨이처럼 ‘원가 절감, 착한 가격, 친환경 스마트양식’으로 지속가능한 수산업 활로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 기획물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