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진호 한양대 신소재공학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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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세대 이동통신(5G)의 본격 상용화와 함께 인공지능, 자율주행 등 4차 산업 혁명 관련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전 세계 반도체 회사들은 관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미세공정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이란 ‘초(超)격차’ 기술 확보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이데일리는 향후 반도체 업계의 생사를 가를 EUV 기술과 관련 소재·부품·장비 분야 등을 전문가와 함께 분석했다. [편집자 주]
[안진호 한양대 신소재공학부 교수·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올해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 속에서도 우리나라가 극자외선(EUV) 공정을 반도체 생산에 적용하는 ‘EUV 원년’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005930)는 지난 2월부터 60억 달러(약 7조 2000억원)을 투자한 EUV 전용 반도체 생산시설 ‘V1 라인’ 가동을 시작했다.
또 지난달엔 업계 최초로 D램 메모리 반도체에 EUV 공정을 적용한 양산 체계를 갖추고, ‘4세대 10나노급(1a) D램 양산 기술’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여기에
SK하이닉스(000660)도 올 하반기 완공 예정인 이천 M16공장 내에 들어설 ‘EUV 전용라인’에서 D램 양산을 계획하고 있다.
EUV 기술은 파장이 짧은 극자외선 광원을 사용해 웨이퍼에 반도체 회로를 나노미터(nm·10억분의 1m) 단위로 새기는 새로운 ‘초(超)격차’ 기술이다. 불화아르곤(ArF)을 이용한 기존 기술보다 세밀한 회로 구현이 가능해 고성능·저전력 반도체를 만드는 데 필수적이다. 5세대이동통신(5G)과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차세대 고부가 반도체 생산에 핵심 기술로 활용될 전망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삼성전자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세계 1위인 대만 TSMC 등 2곳만 EUV 양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EUV 기술 선제 도입과 제품 양산에도 불구하고, 관련 소재·부품의 수급 불안감은 여전하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7월 일본이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에 대해 수출 규제를 하자 큰 혼란에 휩싸였다. 우리 주력산업에 대한 타격을 극복하기 위해 국산화를 급히 서둘렀지만, EUV용 포토레지스트(PR·감광액)는 일본 수출 규제 이후 1년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도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일본의 수출 규제 품목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의존도가 더 심각한 핵심부품엔 EUV용 포토마스크(유리기판 위에 반도체 미세회로를 형상화 한 것)도 있다. 이 품목은 일본기업을 대체할 수 있는 공급선이 현재로선 전혀 없다. EUV용 펠리클(오염 방지를 위해 포토마스크에 씌우는 얇은 박막)도 일본의 미쓰이 화학이 EUV 노광기(웨이퍼에 패턴을 그리는 장비) 독점 공급업체인 네덜란드 ASML과 손잡으면서 향후 일본 제품을 써야 할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EUV 기술의 진정한 성공을 위해선 핵심 소재·부품의 전략적 육성이 시급하며, 국내 기술이 먼저 상용화 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
극자외선(EUV)란?…극자외선(EUV)은 지구 상에 존재하지 않아 인위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빛이다. EUV 광원은 파장의 길이가 ‘13.5 나노미터’(nm·10억분의 1m)로 기존 공정 기술인 불화아르곤(ArF·193㎚) 광원보다 길이가 ‘10분의 1’미만이라 더 세밀한 노광(반도체 웨이퍼 위에 패턴을 새기는 작업)이 가능하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10나노 미만의 초미세공정이 가능해, 더 작지만 고성능인 반도체를 만들 수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EUV 반도체 공정 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삼성전자와 대만의 TSMC 등 2곳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