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시절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전병율(60) 차의과대 보건산업대학원장은 “접촉자 자가격리자와 달리 이들은 계속 바이러스를 뿜는 이들”이라며 “이들은 확진자가 많아지기 전이라면 초기 확진자들과 마찬가지로 모두 국가지정음압병상에 넣었어야 하는 이들이다. 환자가 많아졌다고 집에서 기다리게 하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코로나 확진지가 급증하면서 방역 전략을 피해최소화 전략으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경증 환자는 병원이 아닌 다른 집단격리시설인 ‘생활치료센터’에 수용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생활치료센터를 마련하는 데 시간이 걸려 확진환자가 불가피하게 집에서 격리하는 이들이 나오고 있다.
전 전 본부장은 “정부가 우왕좌왕해서는 안 된다”며 “정부는 시나리오를 갖고 신뢰할 만한 자료를 통해 국민들에게 앞으로 서울 등 대도시에서 대구 같은 상황이 벌어졌을 때 우리는 이렇게 하겠다는 계획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수도권이 지역사회 집단 발생이 생각 외로 크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라며 “2주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그 결과를 보면서 지속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봉쇄 이미지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중앙정부가 아니라 시의회 차원에서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시민의 동참을 호소하는 담화문을 내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라고 제시했다.
전 전 본부장은 코로나19에 따른 불안과 무력감을 해소하는 심리적 방역에 대해서는 “일단 정부가 일사불란하게 자원과 인력을 동원한다면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기 때문에 정부가 좀더 결단력을 보여줘야 한다”며 “시민들도 TV에서 너무 같은 소식을 계속해서 접하면 덕다운 될 수밖에 없어 필요 이상의 정보에 노출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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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의 말씀이다. 이제 한창 시작이다. 지금 상황이 그렇게 낙관적이지 않다. 왜냐하면 감염 양상이 무척 빠르다. 신천지 말고도 계속해서 집단 감염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분당 재생 병원도 그렇고 봉화의 푸른요양원도 그렇다. 신규 확진자가 기본이 400-500명이니까 상당히 확산이 심한 거다. 그 사람들이 또 접촉했던 사람이 있을 테고 한 사람씩만 (감염자가) 만들어져도 400명이다. 재생산지수(감염자 한 사람이 감염 가능 기간 직접 전염을 일으킬 수 있는 평균 인원)을 2로 잡아도 400명이 800명을 만든다. 계속해서 확산하는 양상이고 꺾이려면 아직 멀었다.
-그렇다면 언제 코로나19는 꺾일 수 있나.
△중국과 같은 꺾이는 양상을 보이려면 완벽한 중국식 봉쇄를 단행하면 가능할지 모르겠다. 지금처럼 발생한 환자를 찾아 생활지원센터에 집어넣어서는 극적인 감소를 기대하기 쉽지 않다. 터지는 게 너무 빠르다. 신천지쪽의 감염 양상은 줄어들 거 같다. 하지만 신천지의 유증상자들이 어떤 활동을 했는지 모른다. 신천지 외에도 여기저기 지역사회 확산에서 나오는 감염자를 보면 정점은 아직 멀었다. 조심스럽지만 이달은 지나야 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은 다행히 잘 통제가 되고 있는 거 같다. 은평성모병원도 그렇고 아파트 상가(성동구 주상복합 아파트)도 그렇고 일단 확진자가 발생하고 나서 추가적으로 확진자가 확 늘어나지는 않고 있다. 수도권 지역에서는 집단 발생이 생각 외로 크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다.
-전반적인 정부 대처를 평가한다면...
△보건당국 입장에서는 예상 시나리오를 만들었어야 했다. 중국 우환시와 같은 상황이 발생했을 때도 그것이 우리 시나리오의 하나가 됐어야 했다. 하지만 그런 시나리오를 전혀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 병상 문제, 의료진 문제, 마스크 문제를 대처하는 것을 보면 그렇다. 다 닥치고 부랴부랴 하고 있다. 시나리오가 있으면 이렇게 하지 않는다. 마스크만 봐도 리스크 매니지먼트(위기관리)가 안 되는 거 같다. 초기에 수출 통제도 안 하고 이웃나라 중국에서 코로나가 터졌는데도 마스크를 그냥 줬다.
-뭐가 문제였다고 보나.
△복지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청와대의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도 전혀 위기의식을 못 느낀 거라고 본다. 중국의 양상을 남의 나라 얘기로 생각한 거다. 그러면서 실제 국내에 유입되는 중국인도 막을 생각도 안 하고 대통령은 상황이 다 통제되는 것으로 알고 종식될 거라고 얘기한 거다.
-자가 격리자의 이탈 문제 등 자가격리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많다.
△접촉자 자가격리도 아니고 ‘확진자 자가격리’(병실이 부족해 집에서 대기하는 환자)는 안 된다. 확진자 자가격리자는 바이러스를 뿜어내는 이들이다. 가족들 감염은 물론이거니와 지역사회에서 집단발병을 일으킬 수 있다. 확진자 자가격리자는 우환 교민처럼 따로 시설에서 수용해서 의료진들이 매일매일 환자 상태를 관리해야 한다. 이들을 집에 혼자 둬서는 안 된다. 31번 확진자 이후 환자가 많아졌다고 해서 집에서 기다리라고 하면 처음부터 확진자를 국가지정음압병상에 넣을 필요가 없었던 거다.
-감염증 확산 방지를 위해 외출과 모임 자체하기 등 사회적 거리가 강조되고 있다. 언제까지 이런 기조를 유지해야 하나.
-대구 지역 등에서 의료진이 걱정이다. 어떤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나.
△대구·경북은 전시상황이다. 전쟁을 치를 때 승리하려면 물자 지원이 잘 돼야 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매일매일 다른 시도와 병협(대한병원협회), 의협(대한의사협회)과 상의해서 물자, 병실, 인력 부족 상태를 가장 효율적으로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인력 지원을 하기 위한 전 단계로 앞으로 서울, 부산 등 대도시에서 대구와 같은 상황이 발생했을 때를 전제로 병상 재배치가 지금부터 준비돼야 한다. 대학병원에서 중증환자를 제외하고 경증환자는 다 동네병원으로 이동시키고 동네병원 의료진이 환자를 진료하게 해야 한다. 그렇게 여유가 생긴 대학병원 의료진은 대규모 환자 발생에 대비하면서 대구에 내려가 활동을 해야 한다. 그러면 훈련도 된다. 그러다 원래 지역에서 감염증이 터지면 해당 병원으로 복귀해야 한다. 전선이 이쪽이 되면 병력을 이동시키는 것과 같다. 하루빨리 지금 대도시의 경우 대학병원 병상의 50%를 비우고 그에 따라 여유가 생긴 의료진은 대구에 급파해야 한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불안과 무기력감을 달래는 심리적 방역도 필요하지 않나.
△일사불란한 자원 동원과 인력 동원이 눈에 보이면 심리적으로 안정된다. 정부가 좀더 결단력을 보여줘야 국민이 안심한다. 시민들도 온종일 TV에서 똑같은 얘기가 나오는데 그것만 보고 있으면 녹다운된다. 필요 이상의 정보에 노출되지 말아야 한다.
-정부와 시민들에게 가장 당부해줄 사항이 있다면...
△정부는 무엇보다 우왕좌왕해서는 안 된다. 마스크와 의료자원 확보 문제에서 시나리오를 제시해야 한다. 신뢰할 만한 자료를 갖고 국민들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해줘야 한다. 특히 앞으로 대도시에서 대구 같은 상황이 생기면 이렇게 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시민들은 가능하면 집에 있어야 한다. 나오면 안 된다. 매일 매일 위생활동을 해야 한다. 바이러스를 가장 많이 옮기는 손을 잘 씻어야 한다. 경제가 어려워도 방법이 없다. 사회적 활동을 최소화 해야한다.
전병율 교수는...
△1985녀 연세의대 졸업 △1994년 연세대 보건학과 박사 △2009 질병관리본부 감염병 대응센터장 △2010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 △2011 복지부 질병관리본부장 △현재 차의학전문대학원 예방의학교실 교수. 보건산업대학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