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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재판 거래 의혹을 받는 박병대 전 대법관에 대한 검찰 수사가 장기화하면서 박 전 대법관이 사외이사로 재직하고 있는 신한금융지주(055550)가 난감한 처지에 놓여있다.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까지 임기가 남은 박 전 대법관은 현재 신한금융의 `지배구조 및 회장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때마침 차기 회장 인선 시기도 내년 3월로 다가와 박 전 대법관이 올 한 해 회추위원장으로써 회장 선임의 정당성과 공정성·투명성을 담보하기 위한 구심점이 돼줘야 하지만 사법농단 수사에 발이 묶여 제대로 된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작년 8월 이후 이사회 불참…위원장 역할 못해
11일 금융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지난해 채용비리에 이어 `신한 사태` 재수사 권고까지 연이어 터지면서 지배구조상 불안요인이 발생하자 사법 이슈로 인해 그룹 주요 사업이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 예정보다 두 달 가량 앞당겨 사장단 인사를 조기 단행했다. 인적 쇄신을 통해 잠재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제거하겠다는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법관은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작년 8월 이후 열린 신한지주 이사회에 불참하면서 지배구조 및 회장후보추천위원회 출석률이 67%에 그쳤다. 감사위원회 출석률도 75%에 머물렀으며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출석률은 50%에 불과하다. 다른 신한지주 사외이사들의 출석률이 대부분 100%에 달한다는 점과 대조된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사외이사는 금고 이상의 실형이나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을 때에만 자동으로 직(職)이 상실되는 만큼 박 전 대법관이 사외이사직을 유지하는 데는 지장이 없으나 사실상 이사로서 기능이 유명무실해진 셈이다.
文 대통령과 연수원 동기…기대한 효과 못봐
한 금융권 관계자는 “박 전 대법관을 둘러싼 논란이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박 전 대법관이 이른 시일 안에 스스로 거취를 정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 전 대법관이 신한금융 사외이사직보다는 대법관 출신으로서 명예를 지키기 위해 검찰 수사와 향후 재판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지난해부터 금융당국이 엄격한 사외이사 활동 평가를 강조하고 있어 신한금융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신한금융 사외이사 중 김화남·박병대·최경록 3명을 제외한 6명의 임기가 오는 3월로 만료되기 때문에 새롭게 이사진이 구성되도록 이르면 3월 주총 이전에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신한금융은 다음 달 8일까지 주주로부터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받는다. 다양한 사외이사 후보군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박 전 대법관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과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 확인 소송 같은 재판에 부당하게 개입하고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를 비자금으로 조성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선 11일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피의자 소환조사 이후 지난달 7일 법원으로부터 구속영장이 기각된 박병대·고영환 두 전직 대법관에 검찰이 영장을 재청구할 것으로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