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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삼성증권 최고의 빅딜은 금호타이어 매각이다. 매각주관사였던 삼성증권은 몇번이나 딜이 엎어지는 고비를 겪으면서도 끝내 중국 더블스타와의 딜을 성사시켰다.
사실 이 딜의 숨은 공신은 해외 인수자 물색 역할을 한 로스차일드였다. 로스차일드는 오로지 M&A 자문 역할만 하는 투자자문사다. 삼성증권은 해외 크로스보더 딜 진행시 로스차일드와 긴밀한 논의를 하고 있다. 이는 로스차일드가 국내에 진출할 때도 마찬가지다.
삼성-로스차일드, 10년만에 ‘탄력궤도’…외국계證 “한판붙자”
28일 서울 강남 삼성생명 빌딩 접견실에서 만난 신원정 삼성증권 IB 본부장은 “10년 전 미래를 내다보고 맺었던 삼성-로스차일드의 ‘강력한 구속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며 “최근 부쩍 늘어난 해외 크로스보더 자문사로 외국계와 맞짱을 뜰 수 있는 경쟁력 있는 무기가 됐다”고 말했다.올해는 유난히 국내 대기업의 해외 진출이 많았다. 이 중 대부분을 외국계 증권사가 매각 주관사를 독식했지만 국내사 중에선 삼성증권이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아무리 해외 유수 기관과 양해각서(MOU)를 맺어도 상호간의 실력차가 크면 실질적 협력이 어렵다. 삼성증권 역시10년이란 긴 시간이 걸렸다고 평가했다. 그간 의미있는 빅딜들이 성사되면서 업계 이름을 알린 덕분이다. 청산 직전까지 갔던 쌍용자동차의 인도 마인드라 매각, 네이버의 일본 라인 플랫폼이 된 라이브도어 인수 등이 대표적 사례다.
신 본부장은 “일주일에 한번씩 컨퍼런스 콜을 하며 상호간의 딜소싱 리스트를 공유한다”며 “현재 진행 중인 딜도 있고 내년께 발표할 빌도 있어 과거보다 더 의미있는 빅딜들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증권의 강점은 국내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기업 자문 기능이다. 단기 수익성을 보다 중시하는 타사들이 M&A 자문 기능을 축소할 때 삼성증권은 오히려 전문인력을 충원했다. 각 산업별 전문가를 스카우트에 기업이 보지 못한 선구안까지 제시할 정도로 실력을 키웠다.
신 본부장은 “로스차일드와 협력 관계를 맺은 이유도 딜 관련 자문의 본질에 집중하는 기업 문화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내년 인수금융 시장 확대가 전망되지만 결국 산업 재편의 판을 읽고 미리 준비하는 증권사가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기업이 산업의 큰 그림을 그릴 수는 있지만 이를 실현할 구체적 방법론까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섹터별로 산업 변화의 흐름을 예상하고 해당 기업들에 대한 리스트를 준비한다”며 “이를 원하는 기업의 요청이 있을 때 즉각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마치 결혼 정보업체처럼 고객이 원할 때 원하는 배우자와 매칭이 되는 이들을 미리 확보해 놓는 것이다.
한국형 투자은행, 결국 플랫폼 비즈니스 추구하게 될 것
삼성증권은 자본금 대비 자기자본(PI) 투자엔 보수적이다. 신 본부장은 “전략적 판단에 따라 필요한 경우에만 PI 투자를 한다”며 “미국의 모건스탠리와 같은 플랫폼 비즈니스를 모델로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궁극적으로는 적극적인 투자 모델인 골드만삭스보다 안정적인 모건스탠리식 모델이 승리할 것이란 주장이다. 그는 “올들어 지속적인 우위를 달렸던 미국 골드만삭스의 시가총액이 모건스탠리에 역전됐다”며 “투자자들이 내년부터 미국 경기 하락이 예상되면서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미국 경기 하락 시 적극적인 PI 투자를 하는 골드만삭스의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의 경우 아직까지 적극적인 PI로 수익을 많이 내는 증권사의 시총이 높은 편이다. 하지만 미국 시장을 후행하는 국내 시장을 감안할 때 머지많아 역전의 시기가 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플랫폼 비즈니스가 더 유리한 이유는 전세계적으로 기업이 보유한 현금이 60%에 달하기 때문이다. 급변하는 4차산업 혁명기에 방향성을 정하지 못한 기업들의 탐색전이 지속되고 있으며 보다 분명한 산업 윤곽이 드러나면 한쪽으로 자금이 쏠리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