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박물관]②나이 합치니 146세…전설이 된 빵 3형제

크림빵, 달콤한 하얀 크림으로 단팥빵 독주시장 양분
호빵, 끊임없는 변화로 비수기인 겨울철을 성수기로 전환
보름달, 버터크림 넣어 기존의 카스텔라 업그레이드
  • 등록 2018-10-05 오전 6:00:00

    수정 2018-10-05 오전 9:35:59

올해로 출시 55년을 맞은 ‘크림빵’은 국내 최초로 자동화 설비를 갖추고 출시 된 비닐 포장 빵 제품이다.(사진=SPC삼립)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크림빵’, ‘호빵’, ‘보름달’. 우리나라 빵의 근대사를 써 온 SPC삼립(005610)에는 전설이 된 빵 3형제가 있다. 도합 나이만 146세. 배가 고팠던 시절인 1960년대~1970년대를 기점으로 생겨난 이 빵들은 여전히 우리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곁에 머물러 있다.

◇단팥빵 시장 빼앗아온…큰 형님 ‘크림빵’

크림빵은 가장 큰 형님 격이다. 지난 1964년 국내 최초로 자동화 설비를 갖추고 대량 생산된 이 빵은 출시 당시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당시만 해도 빵이라고 하면 이른바 ‘앙꼬(팥소)’가 들어간 단팥빵이 가장 먼저 떠오를 때였다. 그 시절 하얀 크림이 들어 있어 입에 닿자마자 살살 녹는 부드러운 크림빵을 만든다는 것은 그야말로 새로운 도전이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사람들은 크림빵을 사기 위해 아침부터 SPC삼립의 대방동 공장 정문에 몰려들었다. 크림빵 생산 라인은 24시간 동안 멈추지 않았다. 단팥빵의 독주 시대는 크림빵과 단팥빵 ‘2강 체제’로 재편됐다.

크림빵을 좀 더 맛있게 먹기 위해 양쪽으로 분리해 가운데 발라져 있는 크림을 먼저 핥아먹는 것이 유행했다. 두 아이가 코 묻은 돈을 모아 크림빵 하나를 사서 반을 쪼갰는데 크림이 더 많이 묻은 빵을 먹기 위해 다투던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1970년대 호빵 TV CF의 한 장면.(사진=SPC삼립)
◇겨울 비수기를 책임져온…둘째 형 ‘호빵’

호빵은 1971년 가을에 첫선을 보였다. 지금까지 약 59억 개가 팔려나가며 겨울철 대표 빵으로 각인돼 있다.

허창성 명예회장은 당시 겨울철에 아이들이 먹을 만한 간식이 없다는 것을 고민하던 차에 일본에서 따뜻하게 데워 팔던 찐빵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호빵을 만들었다.

말랑하면서 달콤한 단팥이 들어 있는 데다 김이 모락모락 날 정도로 따끈해 ‘호호 불어서 먹는 빵’이라는 의미를 담은 호빵은 빵의 비수기였던 겨울을 성수기로 바꿔냈다.

초반 단팥호빵에서 시작해 야채호빵, 피자호빵, 김치호빵 등도 인기를 끌었으며, 최근에는 고구마나 치즈, 양념치킨 등까지 넣은 다양한 호빵으로 진화하고 있다.

SPC삼립의 대표 케이크 제품인 ‘보름달’.(사진=SPC삼립)
◇40대 접어든 믿고 먹는 빵…막내 ‘보름달’

1976년 9월에 출시된 보름달은 SPC삼립 케이크 제품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다.

보름달은 달걀을 듬뿍 넣어 만든 동그란 카스텔라 사이에 버터크림까지 넣어 만들어졌다. 기존 카스텔라는 종이를 깔아 만들었고 내용물이 없던 반면 보름달은 기름칠을 하고 버터크림을 넣은 새로운 형태의 제품이었다.

첫 출시가격은 100원으로 당시로는 높은 가격이었지만, 곧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1977년과 1978년에는 하루 1만 상자의 판매량을 기록하기도 했으며 한때 SPC삼립 전체 공급량의 18%를 점유하는 등 인기를 끌었다.

동그란 빵 모양에 달나라 토끼가 방아를 찧고 있는 패키지 디자인도 인상적이었다. 보름달의 인기가 치솟자 얼굴이 둥근 사람을 모두 ‘보름달 같다’고 비유하기도 했는데, 이 유행어는 아직까지도 널리 쓰이고 있다.

이 같은 장수제품은 SPC삼립이 경기침체로 어려워진 상황을 견딜 수 있도록 해줬을 뿐만 아니라 사업다각화로 외형이 커진 회사의 한 축으로 든든한 버팀목이 돼 주고 있다.

SPC삼립 관계자는 “삼립호빵의 경우 맛과 품질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과 새로운 시도가 조화를 이뤄 오랜 기간 사랑받고 있다”며 “크림빵과 보름달은 시대를 초월한 맛과 품질이 장수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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