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복관세 폭탄에 터키 리라화 가치가 사상 최저 수준까지 폭락하자 터키인들의 암호화폐 투자가 다시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터키산(産) 철강과 알루미늄에 지금보다 2배 높은 관세를 부과하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즉각 미국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국민적 투쟁을 호소했다. 이런 불안감에 리라화는 장중 달러대비 23%까지 폭락했다.
이처럼 자국 통화 가치가 추락하자 불안을 느낀 터키인들의 암호화폐 투자가 빠르게 늘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터키내 암호화폐 거래소인 파리부와 BTC투르크, 코인임의 암호화폐 거래대금이 24시간 전에 비해 100% 이상씩 늘어났다. 특히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BTC투르크에서는 24시간 동안의 거래대금이 11조7222억리라로 하루만에 130% 이상 늘었다.
트위터 ‘Bit_gossip’을 사용하는 한 대학생은 “하루하루 새로운 거래소가 생겨나고 있을 정도로 터키내 투자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Bitmov’라는 필명을 쓰는 한 마케팅분야 회사원도 “최근 3년간 해외 디지털 광고를 구입하는데 비트코인을 사용해왔다”며 “지인들에게 비트코인을 사두라고 권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리라화 가치가 추락하고 정치와 금융 불안이 커지면서 암호화폐가 상대적으로 더 안전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터키에서는 국가 차원의 암호화폐를 발행하자는 입법이 발의돼 있지만 에르도안 대통령과 일부 정치인들은 비트코인의 급부상을 경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