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레베르' 등 토종 치즈, 中대륙 식탁 올라간다

유제품 가공업체 데어리젠 고영웅 대표 포부 밝혀
도미노피자, 맥도날드 등 식품업계 OEM 납품
자체 브랜드 '끌레베르' 중국 시장 진출 앞둬
  • 등록 2018-07-29 오전 9:28:14

    수정 2018-07-29 오후 2:28:42

고영웅 데어리젠 대표가 자사 제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글·사진=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국내에서 직접 치즈를 제조하는 회사 중 기술력이 가장 뛰어나다고 자부합니다. 당장 올 8월부터 중국 전역에 유통할 제품에 거는 기대가 큽니다.”

27일 강원도 원주시 문막읍에 위치한 유제품 업체 ‘데어리젠’ 본사에서 만난 이 회사 고영웅 대표는 자사 제품을 직접 시식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의 사무실 한 켠에는 자체 브랜드인 ‘끌레베르’(Cletvelle) 등 치즈 제품들이 놓여있었다. 언제든지 제품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매일 유제품을 챙겨먹는다는 게 고 대표의 설명이다.

데어리젠은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각종 유제품을 만들어 식품·유통업계에 납품하고 있다. 유럽이나 호주, 미국 등지에서 원유를 가져와 국내에서 유제품으로 가공한다. 그런 데어리젠의 고객사 면면을 들여다보면 유명한 업체들이 많다. 도미노피자(치즈)를 비롯해 맥도날드(아이스크림), 서울우유(무지방 우유), 피자헛(치즈) 등이 데어리젠의 제품을 사용한다. 고 대표는 “데어리젠이라는 회사명은 생소하지만, 우리가 납품하는 고객사들의 이름을 대면 놀라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데어리젠은 문막읍에 제1공장(우유·발효유·아이스크림·커피)과 함께 인근 흥업면에 제2공장(자연치즈·가공치즈·발효유) 등 2개의 제조사업장을 두고 있다. 대우그룹 기획조정실과 크라운제과에서 근무했던 고 대표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함께 일했던 동료들 7명과 의기투합해 1999년 ‘퍼스트’라는 이름으로 회사를 창업했다. 함께 한 동료들은 크라운제과의 치즈 기술진들이었다. 고 대표는 “창업 당시만 해도 국내에 치즈는 물론 유제품 가공에 대한 기술 전문가를 찾아보기 힘들었다”며 “독일에서 치즈 마이스터 인증을 받은 전문가들도 있어 성공을 확신했다”고 설명했다.

데어리젠의 첫 작품은 고급 파마산 치즈였다. 당시만해도 수입에 대부분 의존했던 파마산 치즈를 국산화했다는 소식이 동종업계에 퍼지기 시작하면서 데어리젠의 매출이 빠르게 늘기 시작했다. 창업 초기 2억~3억원 정도였던 연매출이 2002년에는 5억원까지 올랐다. 그러던 중 도미노피자 측에서 데어리젠에 기술 개발을 의뢰했고, 그렇게 만들어진 게 피자 재료에 사용되는 ‘까망베르 치즈’였다. 그 결과 2003년 데어리젠 매출은 2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승승장구하던 고 대표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자체 브랜드를 개발해야겠다고 결심했다. 2005년 후레쉬 모짜렐라 치즈를 선보였고 여기에 ‘끌레베르’라는 이름의 브랜드를 붙였다. 지금은 발라먹는 크림치즈(까망베르·에멘탈)를 비롯해 스트링 치즈와 호두를 섞어 만든 블록 치즈 등 여러 종류의 끌레베르 제품들을 내놨다. 이들 제품은 다음달부터 중국 전역에 유통된다. 고 대표는 “중국의 ‘이리유업’이라는 유제품 기업에 OEM 형식으로 우리 제품을 5년간 1000억원 상당에 납품키로 계약했다”며 “또 다른 중국의 기업에도 3년간 350억 상당을 납품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런 고 대표도 위기는 있었다. 고 대표는 “2005년 서울우유와 계약을 맺고 요거트 제품을 납품했는데 2006~2008년 신제품이 모두 실패했고 그게 첫 번째 고비였다”며 “도미노피자에 까망베르 치즈를 제공하다가 2005년 계약이 종료됐는데 당시 도미노피자 납품이 회사 매출의 60~70%였다”고 회상했다. 위기를 맞은 고 대표는 2008년 서울우유의 ‘무지방 우유’ 제품 라인을 성공으로 이끌며 회생, 지난해는 총 38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할 정도로 궤도에 올라섰다.

고 대표는 “중국 시장을 시작으로 아시아 입맛에 맞는 고급 치즈를 만드는 게 목표”라며 “대개 수입만 해오던 치즈를 우리만의 토종 기술로 오히려 수출까지 앞두고 있어 감회가 새롭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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