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국회 관련 내용은 충격적이다. 기무사는 현 국회는 여소야대로 의결정족수가 충족돼 계엄해제가 가능하다고 분석한 뒤 계엄해제 안건 직권상정 차단, 현행범 처리로 의결정족수 미달 유도, 당시 국회의장이었던 정세균 전 의장 설득 및 사법처리 대책을 수립했다. 헌정질서를 무력화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고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현행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시 공공의 질서유지를 위해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 계엄을 선포하면 대통령은 지체없이 국회에 통보하고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해제를 요구하면 대통령은 이를 해제해야 한다.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은 122석에 불과했다. 야권이 계엄해제를 의결하면 막을 수 없는 구조였다.
만약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기각되고 대통령이 촛불 집회에 대처하기 위해 실제 계엄을 선포했다면 어떠했을까. 당시 야권인 민주당(123석)과 국민의당(38석), 정의당(6석)의 의석이 의결정족수인 재적 과반수를 넘었지만 표결에서 이 숫자를 확보하는 일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여당이 소극적이다. 올 하반기는 경제 민생입법에 성과를 내야하는 중요한 시기인데, 개헌을 논의하면 불필요한 정쟁을 촉발하고 정국의 블랙홀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분위기다. 국정에 무한 책임을 지고 있는 여당이 야권의 정략을 탓해서는 개헌도 경제 민생입법도 이뤄낼 수 없다. 직접 개헌안까지 발의한 문재인 대통령의 진심이 변하지 않았다면 여당은 개헌 논의에 나서야 한다. 야권이 개헌에 적극적인 만큼, 여야가 첨예하게 맞섰던 권력구조 문제도 서로가 한 발씩 양보하면 합의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여야는 국민들의 여론을 존중해 대통령제를 채택하더라도,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극복하는 방향으로 대통령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 정부의 과도한 예산권한과 헌법기관에 대한 대통령 인사권은 박정희 체제의 잔재다. 50년 가까이 된 헌 옷을 버리고 새 옷으로, 새 헌법으로 갈아입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