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인구 많다"는 공무원들이 만드는 저출산대책

  • 등록 2018-07-09 오전 6:00:00

    수정 2018-07-09 오전 6:00:00

[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지난 5일 정부가 발표한 저출산 종합대책은 자영업자나 특수고용근로자에게도 출산휴가비를 지급하고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과 아빠육아휴직 보너스제 급여 상한액 인상 등 다양한 방안을 담았다. ‘아이키우며 일하기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방침을 뒷받침하겠다는 의지가 드러난다.

하지만 거창한 제목과 내용과 달리 실제 정책의 추진동력인 예산확보방안과 추진일정은 대부분 미정이다. 9~10월경 구체적인 예산확보방안 등을 발표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기사마다 ‘실효성 의문’이라는 헤드라인이 달린 이유다.

정부는 3~4월께 발표 예정이었던 대책을 7월이 되어서야 내놓았다. 정책을 가다듬을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3~4개월을 더 투자했는데 구체적 방안이 없다는 것은 단순한 지연이 아닐 수 있다는 의심마저 들게 한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한 민간위원은 “이번 정부는 저출산 대책의 목표를 제대로 잡기에 과거 정부와 뭔가 다를 줄 알았는데 점점 실망만 커진다”며 “회의석상에서는 주제발표라는 명목 아래 뜬구름 잡는 얘기들만 하다가 끝나기 십상이다”고 했다. 이어 “모두가 저출산이 심각하다고 얘기하지만 누구도 직접적인 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결국 이같은 인식은 재정부담 책임에 대한 논의과정에서 민낯을 드러낸다. 대책이 나오면 어느 부처든 예산을 배정해야 하지만 어떤 부처도 자신의 돈을 쓰고 싶어하지 않는다.

이용자 만족도가 90점인 아이돌봄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는 사업을 확대하고 싶어하지만 돈줄을 쥔 기획재정부가 미온적이어서 항상 애를 먹는다.

표어만 거창하고 구체적 실행방안이 담겨있지 않은 저출산 대책은 저출산이 정말 심각한 문제라는 것에 대한 사회적 동의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는 뜻일 수도 있다.

“우리나라 인구가 이렇게 많은데 출산율이 좀 낮아도 되지 않나요?”라든가 “어린이집 등 시설이 전부 무상보육인데 굳이 아이돌보미사업까지 공공보육 범주에 포함해 세금을 투입해야 하나요?”라는 말을 하는 정책 설계자들이 존재하는 한 우리나라에 필요한 저출산대책은 탁상공론에 그칠 뿐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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