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인터뷰]①"영세 노동자 위한다면 노조도 양보하라"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신년인터뷰
정규직 기득권 놔야 처우개선 가능
고용 유연해야 일자리 늘어나는데
노동계, 親勞 정부와도 대화 안 해
  • 등록 2018-01-01 오전 4:00:00

    수정 2018-01-01 오전 4:00:00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6일 서울 평창동 자택 인근 한 호텔에서 이데일리와 신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김정남 김정현 기자] 대표적인 경제 원로로 꼽히는 박승(81) 전 한국은행 총재가 새해 한국 경제가 순항하기 위해서는 “(기득권을 쥔) 억대 연봉 노조가 양보해야 한다”며 쓴소리를 했다.

박 전 총재는 지난 26일 서울 평창동 자택 인근 호텔에서 가진 이데일리 신년 인터뷰를 통해 “노조도 없는 영세기업 비정규직도 그렇게 하려면(처우가 나아지려면) 정규직 고임금 노동자가 양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 고임금 노조의 권익을 그대로 지키는 동시에 저임금 비정규직의 처우까지 개선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박 전 총재는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 후보의 싱크탱크 자문위원장을 지냈다. 박 전 총재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중시하는 석학이다.

그는 “노동 유연화는 반드시 해야 한다. 그래야 고용을 늘릴 수 있고 노동 복지도 향상된다”며 “그런데 노조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대화도 하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보수 정권이었다면 노조가 싸워서 권익을 지킨다고 하겠지만, 지금 진보 정권은 친(親)노동인데 이럴 때는 해결책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단체가) 비협조적으로 나가니 정부도 곤혹스러운 것 같다”며 “정부도 문제를 충분히 인식하고 상황을 지켜보는 과정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전했다.

박 전 총재는 문재인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론에 대해서는 “그 길 외에는 대안이 없다. 이제 수출 주도 성장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소득 주도 성장이 전부는 아니라는 점은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의 생산성 향상과 국제 경쟁력 강화, 기업 활력을 불어넣는 정책 등 공급 측면의 성장정책은 별개로 필요하다”며 “(문재인정부 들어) 부분적으로 공급 측면의 성장정책이 소홀하다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담=이익원 편집국장/ 정리=김정남 김정현 기자/사진=방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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