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활동·독서목록도 기재…오락가락 교육정책에 누더기 된 학생부

학생부 관리지침 10년새 16차례나 변경해
학교폭력 대책으로 '스포츠클럽활동' 도입
국어교육 강화한다며 '독서활동' 기재 요구
"학생부, 교육정책 현장 반영 위한 통로 전락"
  • 등록 2017-11-13 오전 6:30:00

    수정 2017-11-13 오전 6:30:00

학생부종합전형 기재항목을 정규교과과정에 맞추고 불필요한 기재항목을 삭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일각에선 ‘성적부’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재 기자]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는 최근 10년새 기재 항목이 16차례나 개정됐다. 1955년 도입된 이래 62년간 총 개정 횟수가 35차례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횟수다. 문제는 이같은 개정이 교육당국이 새 교육정책을 현장에 반영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탓에 계속 기재항목이 늘어나면서 학생부가 누더기로 전락했다는 점이다.

현재 일선 학교에서 작성하는 학생부는 10개 항목을 기재해야 한다. △출결사항 △수상경력 △자격증·인증취득 상황 △진로희망사항 △창의적 체험활동 △교과학습 발달 △독서활동 △행동특성·종합의견 등이다.

학생부 관리지침 10년간 16차례 집중 개정

이미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학교 혁신특별위원은 “10년간 개정은 대부분 학생부 기재 항목을 새롭게 추가하는 과정이었다”며 “암기위주의 입시경쟁 교육과 인성 교육 실종, 사교육 과열을 해소하는 명분으로 학생부 활용을 강조하면서 나타난 변화”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늘어난 기재항목은 주로 정규교과과정 외 분야에 집중됐다. 대표적인 게 학교스포츠클럽활동이다. 교육부는 학교스포츠클럽활동을 2012년 학교폭력을 줄이는 대책이라며 도입했다. 일선 교사들은 이에 따라 학생부의 동아리활동 란에 활동시간과 특기사항을 입력해야 한다. 팀에서의 역할과 포지션, 대회출전경력까지 입력사항에 포함돼 있다.

이미영 위원은 “학교스포츠클럽활동은 방과후나 주말에 이뤄지고, 전체 학생이 아닌 일부 학생만 참가해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며 “정부가 체육활동을 늘리고자 도입했지만 대입에 영향을 줄 수 있어 학생간 경쟁이 과열되고 오히려 친목과 단합. 건강한 신체활동은 실종됐다”고 지적했다.

독서활동도 학생들의 독서율을 높여야 한다며 도입했지만 교육적 효과가 없는 항목으로 꼽힌다. 기재내용이 단순히 도서명과 저자명을 기재하는 데 그치고 있다. 현행 학생부는 학교 안팎의 독서행사 수상 경력이나 독서량, 읽은 책 목록, 독서시험 점수 등을 합산해 기록하도록 하고 있다. 책의 내용보다 읽은 책의 숫자가 더 중요한 지표인 셈이다.

대입자료로 활용돼 무단 정정 등 문제 커져

더 큰 문제는 교육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 탓에 학생의 발달상황을 제대로 담지 못하는 학생부가 대입의 중요한 자료로 쓰인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일선 학교에서는 학생의 대입을 위해 교사가 있지도 않은 기재항목에 내용을 허위로 채워 넣거나 과장하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전국 고등학교에서 무려 18만 2405건이 정정됐다. 최근 3년(2014년~2016년)간 무단으로 학생부를 정정했다가 적발된 것도 308건이나 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생부에 잡다한 항목이 늘어난 것은 일선 학교를 교육당국의 정책에 따르도록 유도하기 용이하기 때문”이라며 “학교현장의 문제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학생부에 기재하자’거나 ‘입시에 반영하자’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학생부 개선을 위해 현장의견을 수렴하고 있고 다양한 교육관계자들의 요구가 학생부 기재항목을 축소하는 것으로 나타나 관련 작업을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불필요한 기재항목 삭제 등 개선대책…‘성적부 전락’ 우려도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학생부의 기재항목 간소화를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수상경력과 봉사활동 실적, 독서활동상황, 자율탐구활동을 삭제하고 행동특성·종합의견과 창의적 체험활동 특기사항, 진로희망사항과 창의적 체험활동 진로활동 특기사항 등 중복된 항목을 통합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서현 교육감협의회 정책위원은 “현실적으로 검증 불가능한 요소를 덜어내고 사교육과 연관된 부정과 비리 등 비교육적 상황을 예방해 학생부의 신뢰도와 공정성을 높이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렇게 학생부 기재항목을 정규교과과정에 초점을 맞추면 자칫 ‘성적부’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교육부는 내년 1월까지 학생부 개선을 위한 법령을 개정하고 기재요령을 개발해 2018학년도 새 학기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학생부 격차를 최소화하고 학생활동 중심의 기록과 체계적 관리를 통해 신뢰성을 확보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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