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대신 뇌과학서 해답…'과학서적' 출판 주류 부상

출판계 과학교양서적 판매량 증가 두드러져
'인터스텔라' '마션' 등 과학영화 흥행
알파고·중력파 등 이슈로 과학 부상
한글세대 과학자 '저술능력' 향상도
도서전 주제로…대중적 관심 높아져
  • 등록 2016-09-26 오전 6:16:00

    수정 2016-09-26 오전 6:16:00

국내 출판계에 최근 과학교양서적이 인기를 끌며 서점가의 ‘주류’로 부상하고 있다. 인터넷서점 예스24의 경우 올해 자연과학분야 도서의 판매량이 지난해 비해 18.9% 증가했다. 사진은 올해 출간한 ‘지구의 속삭임’에 삽입한 것으로 우주비행을 하는 우주인의 모습을 포착한 것이다(사진=사이언스북스).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출판계에 과학교양서적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서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인터스텔라’를 비롯해 ‘그레비티’와 ‘마션’ 등 실제 과학이론에 근거한 할리우드 영화가 흥행을 하고 올해 초 바둑기사 이세돌과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의 바둑대결 등이 화제에 오르면서 달라진 추세다. 이는 실생활에 밀접하게 자리잡은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방증으로 보인다.

△ 과학서적 판매량 작년 대비 18.9% 증가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2004년 국내 첫 출간 이후 30여만부가 팔렸다.
인터넷서점 예스24에 따르면 올 들어 자연과학분야 도서의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8.9% 증가했다. 도서정가제 실시의 영향으로 도서판매량이 전반적으로 정체하거나 줄어드는 상황에서 눈에 띄게 변화한 수치다. 인터파크도서에서도 과학도서의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올해 약 9.1% 늘어났다. 과학도서 출간종수 또한 2014년 703종에서 지난해 711종, 올해는 800여종에 달할 것으로 보여 1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등을 출간한 민음사의 과학교양서적 전문브랜드 사이언스북스도 올해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30% 증가했다.

김도훈 예스24 과학분야 MD는 “영화 ‘인터스텔라’ 흥행과 인공지능과 인간의 바둑대결을 비롯해 중력파 검출 등 과학을 기반으로 한 현상이 사회적인 이슈가 됐다”며 “이런 분위기에서 지난 몇년간 이어진 인문학 열풍을 과학이 대신하려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 MD에 따르면 최근 과학도서의 판매량 상승에는 ‘코스모스’와 ‘이기적 유전자’ 등 스테디셀러의 판매가 줄어들지 않는 기반에 정재승·김대식·김범준·김상욱 등 국내 새로운 과학자의 저술이 독자의 호평을 받은 게 큰 영향을 미쳤다.

△ “과학이 사회변화”…국내 저자 저술능력도 향상

‘김대식의 빅퀘스천’. 2014년 발간 이후 인공지능 등이 현실화되면서 화제가 됐다.
김범준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의 ‘세상물정의 물리학’과 김대식 KIST 뇌과학연구소 교수의 ‘김대식의 빅퀘스천’ 등의 책으로 출판계에 과학교양서적 출간 붐을 주도하고 있는 동아시아의 한성봉 대표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인문사회 담론이 사회를 변혁할 것이라고 믿었다”며 “그러나 21세기 들어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 첨단 IT제품이 실생활에 파고들면서 과학이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절감하고 이에 따라 과학교양서적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 대표는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학문 간 분과주의도 허물어지고 있다”며 “과학기술과 인문학을 융합한 과학교양서적이 앞으로도 계속 각광받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그동안 인문학에서 답을 구해왔던 사회문제가 최근 뇌과학 등의 발달로 새로운 영역에서 해답을 찾으면서 과학책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장 대표는 “여기에 국내 40∼50대 소장 과학자의 글쓰기 능력이 향상된 것도 도움이 됐다”며 “외국의 과학교양서적을 번역해 출판했던 과거와 달리 한글을 자유롭게 쓰는 과학자들이 SNS 등을 통해 독자와 직접 소통하며 과학의 대중화에 나선 것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7월 ‘김상욱의 과학공부’(동아시아)를 출간한 김상욱 부산대 물리학과 교수는 페이스북 등을 통해 독자와 직접 교류하며 책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고 있다. ‘김상욱의 과학공부’는 출간 이후 두 달여 만에 1만여권이 팔리며 과학교양서적의 스테디셀러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도서전 주제도 ‘과학’…대중화 반열에

오정근의 ‘중력파, 아인슈타인의 마지막 선물’. 풀어쓴 아인슈타인의 중력파이론이다.
과학교양서적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이 높아지자 ‘과학’을 도서전의 주제로 삼거나 기존의 강좌를 확대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오는 29일부터 내달 3일까지 서울 마포구 홍익대 앞 주차장 거리 일대에서 펼치는 제12회 서울와우북페스티벌은 올해의 주제를 ‘질문하는 문학, 상상하는 과학’으로 잡았다.

김은정 와우책문화예술센터 팀장은 “올해 초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대결 이후 ‘인간과 인공지능’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졌다”며 “이번 페스티벌에선 정재승·이명현·김상욱·장대익·남영 등 과학자·과학서적 저자들과 함께 각각 ‘인공지능’ ‘우주탐사’ ‘물리학과 인문학’ ‘진화학’ ‘과학사’ 등의 대중강연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출판사 민음사는 세계적인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타계 20주기를 맞아 오는 30일부터 12월 20일까지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벙커1에서 과학강좌 ‘칼 세이건 살롱’을 개최한다. 민음사 측은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는 국내서 2004년 1쇄 이후 30여만부가 팔렸고 현재도 꾸준히 나가고 있다”며 “지난해 열었던 ‘칼 세이건 살롱’ 때 신청자가 모집인원의 두 배를 넘을 만큼 인기가 있어 올해는 행사의 규모를 더욱 확대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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