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영수 기자] 국내 진출 1호 해외 사모투자펀드(PEF), 1호 펀드 내부수익률(Gross IRR) 30%. 1998년 해외 PEF 운용사중 가장 먼저 한국에 진출한 H&Q아시아퍼시픽코리아(AP)는 명성에 걸맞게 우등생 PEF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 하지만 항상 우등생이라는 꼬리표는 부담스럽기 마련이다. 지분 100%를 인수한 에스콰이아의 투자 실패로 한순간에 낙인이 찍혀버린 것이 대표적이다. 최근 1년간 롤러코스터 수익률로 상처를 입었지만 아직 우등생 꼬리표를 떼기에는 아쉽다. LP들도 신뢰할 만큼 그들의 열정이 믿음직스럽기 때문이다.
H&Q가 본격적으로 국내 PEF 시장에 뛰어든 시기는 사모투자가 법제화된 2004년 이듬해에 1호 펀드를 설립하면서부터다. 현재 H&Q의 모습이 갖춰진 것도 이 때다. 이에 앞선 2002년에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경영권을 인수한 쌍용투자증권(현 신한금융투자)을 신한금융지주에 매각하면서 국내에 이름을 알렸다.
H&Q는 현재 이정진 이종원 임유철 등 3인 공동대표 체제로 운영중이다. 이동원 전 외무부 장관의 사위로 잘 알려진 이정진 대표는 서울증권 부사장, 한일투자신탁운용·밸류퀘스트·리드코프 대표이사를 거치면서 운용경험을 쌓았다. 이종원 대표는 프랑스 금융회사인 크레디트아그리꼴 파리, 홍콩, 싱사포르 지점 등에서 M&A와 자본시장을 담당하는 등 PEF 운용경력이 16년에 이르는 베테랑이다.
하버드 케네디스쿨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임유철 대표는 국내외 넓은 인맥을 형성하고 있으며 리타워테크, 리드코프 등에서 실전경험을 쌓은 후 H&Q에 합류했다. 아울러 김후정 상무, 문주호 상무, 백미정 상무 등이 있으며 평균 근속 연수는 15년에 이른다.
3개 펀드 운용자산 1조2367억원...1호 펀드 IRR 30% 선방
H&Q는 현재 3개 펀드중 1호 펀드는 청산했으며 2개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3개 펀드의 총 운용자산(AUM)은 1조 2367억원(인수금융 포함 1조 5000억원)으로 국민연금, 교원공제회, 사학연금, ING, 행정공제회, 군인공제회 등 국내 유수의 기관투자자들이 LP로 참여하고 있다.
펀드별로는 2005년 9월 3000억원 규모로 설립된 H&Q-국민연금 제1호 사모투자전문회사(H&Q PEF I)의 경우 IRR 수익률 30%, 원금대비 2.1배 이상의 수익을 내고 조기해산했다. 1호 펀드의 포트폴리오는 현진소재, 용현BM, 대한유화공업, 만도, 케이에스넷 등 총 5개 회사로 구성됐었다.
2008년 7월 3725억원 규모로 조성된 H&Q 제2호 사모투자전문회사(H&Q PEF II)는 총 ㈜이에프씨(에스콰이아), 하이마트, 하나마이크론, 블루버드, 메가스터디 등 총 5개 회사에 3157억원을 투자했다. 이중 에스콰이아는 법정관리에 따른 손실이 발생했으며 하이마트, 블루버드 등은 엑시트(투자회수)된 상태다.
에스콰이아 투자 실패 ‘고진감래’...4호 펀드레이징 문제없어
1호 펀드의 성공적인 엑시트에도 불구하고 H&Q의 트렉 레코드에 흠집을 낸 투자는 바로 ‘에스콰이아’다. 에스콰이아와 함께 2호 펀드에 담긴 하이마트는 지난 2012년 롯데그룹에 성공적으로 매각돼 H&Q에게 약 1600억원의 투자 수익을 안겼다. 투자원금(900억원)대비 2배 정도의 차익을 남긴 것이다.
반면 에스콰이아는 지난해 7월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80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손실처리하게 됐다. 결국 두 회사의 투자손익을 비교하면 남는 장사를 하지 못한 셈이다. 에스콰이아는 H&Q의 손을 떠나 지난해 12월 서울지방법원 파산부가 매각을 결정한 이후 올해 2월 ‘패션그룹형지’에게 매각됐다.
에스콰이아로 투자손실을 입었지만 메가스터디와 하나마이크론 등이 아직 2호 펀드에 남아 있다는 점은 다소 긍정적이다. 특히 내년 6월까지 펀드 만기를 1년 연장한 H&Q는 메가스터디의 주가 하락 손실 만회와 하나마이크론 투자금 회수 극대화를 기대하고 있다.
임유철 공동대표는 “에스콰이아 투자로 어려운 점도 많았지만 2호 펀드의 전체적인 수익률이 마이너스 상태가 아닌 점은 긍정적”이라며 “조만간 4호 펀드레이징에 나설 예정으로 투자자 모집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