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메르스 사태 대응을 위해 다음주로 예정됐던 닷새 일정의 미국 방문을 전격 연기했다. “메르스 조기 종식 등 국민 안전을 챙기기 위해 방미 일정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는 게 청와대의 발표 내용이다. 한·미 간의 외교적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어려운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에 박수를 보내며 조속히 메르스를 극복할 수 있도록 서로 총력을 기울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한·미 관계를 통해 이번처럼 일정이 임박한 상황에서 대통령의 방미 계획이 갑자기 연기된 사례가 거의 없었다. 계획이 연기될 경우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일정을 다시 잡기가 어렵다는 점에서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만큼 박 대통령이 메르스 사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간주하고 있다는 증거다. 정부의 초기대응 실패로 비난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자리를 비울 경우의 부담도 적지는 않았을 것이다.
미국 정부도 이런 결정에 대해 충분히 수긍할 것이라 기대한다. 방문 계획을 준비하는 단계에서 느닷없이 메르스 사태가 터졌으며, 이로 인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이번 방미가 연기되더라도 양국 간의 돈독한 우호관계에 조금도 금이 가서는 안 될 것이다. 마크 리퍼트 주한 대사가 흉기로 공격을 받아 피를 흘리면서도 “같이 갑시다”라고 외쳤던 미국의 신뢰감을 믿고자 한다.
문제는 메르스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종식시키느냐 하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방미 계획을 연기하면서까지 메르스 해결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만큼 국민 모두가 합심해서 총력 체제를 가동시킬 필요가 있다. 물론 사정이 그렇게 만만치는 않다. 확진환자가 이미 100명을 넘어선 데다 격리 환자도 3400여명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바이러스의 위력은 점차 약화되는 모습이다. 지역감염 사례도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으며, 치사율도 그렇게 걱정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심지어 천식을 앓아 온 77세의 할머니조차 메르스 감염을 이기고 완치됐다지 않은가. 지금의 사태를 가볍게 보아서도 곤란하지만 너무 공포 분위기에 질려 있는 것도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국민들의 힘으로 메르스를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