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th SRE]건설업 악재만 ‘겹겹’

[위험산업]주택경기 회복 불투명, 해외 불확실성 지속
  • 등록 2013-11-13 오전 7:00:00

    수정 2013-11-13 오전 7:00:00

[이데일리 함정선기자] 건설업계에 드리운 불황의 그림자가 떠나지 않고 있다. 국내와 해외 모두 뚜렷한 돌파구가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국내 건설수주는 외환위기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고, 건설사들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던 해외 프로젝트에서는 잇따라 손실이 발생했다. 앞으로 좋아지리라는 기대도 어렵다. 내년부터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5년간 12조원 감축될 계획으로 건설업 전반의 추가 실적 저하가 예상되고 있다.

18회 SRE에서도 건설업에 대한 우려가 압도적이었다. 전체 응답자 111명 중 76명(68%)이 구조조정이 필요한 산업으로 건설업을 꼽았다.

자금줄 ‘꽁꽁’… 기피 현상 심화

가장 큰 문제는 불황이 장기화하며 건설사들의 재무부담이 크게 늘어났다는 점이다. 금융기관을 통한 대출이 어려운데다 회사채 등 직접 자금조달도 난항을 겪고 있다.

먼저 금융권이 건설업체에 대한 투자를 꺼리고 있다. 은행과 상호저축은행 등의 건설업 대출금도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이들 예금취급기관의 건설업 대출금 규모는 2008년에는 69조6000억원에 달했으나 2012년에는 44조2000억원으로 36.5%가 감소했다. 전체 산업 대출금에서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10.1%에서 5.6%로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회사채 시장에서는 A급 건설사마저도 외면을 당하고 있다. 외부 자금이 필요했던 건설사들은 2009~2011년 사이 회사채 발행을 늘리며 자금을 조달해왔다. 그러나 건설업체들의 워크아웃, 대규모 적자 등이 이어지며 건설사에 대한 회사채 투자심리도 얼어붙었다.

실제로 지난 9월 신용등급 ‘A+’인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이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했으나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2000억원 자금을 모으려 했던 대우건설의 수요예측에는 520억원이 들어오는데 그쳤고, 2900억원 회사채 발행계획을 세웠던 롯데건설은 전액 미배정이라는 참패를 겪었다.

직간접 자금조달의 길이 좁아지자 건설사들의 차입금 차환에도 비상이 걸렸다. 신용등급 BBB급 이하 기업들은 회사채 차환은 아예 생각도 못하고 현금을 마련해 상환하고 있고, 일부 건설사들은 정부가 마련한 회사채 차환지원 정책의 도움을 받아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영업익 회복 관건

다급해진 건설사들이 유동성 위기를 피하기 위해 유상증자와 인수합병(M&A), 자산매각 등 다양한 자구노력을 펼치고 있으나 이는 임시방편이라는 지적이다. 불황이 계속되며 영업수익이 악화되는 현상이 멈추지 않는 한 재무위험이 반복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시간에 건설업의 업황 회복과 건설사들의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 건설수주는 2007년 이후 감소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건설수주액은 물가상승률을 제외한 2005년 기준 불변금액으로 73조9000억원에 불과하다.

올해 역시 상반기까지 39조2000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6% 감소한 모습을 보였다. 게다가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예상규모 감소로 신규 수주도 감소할 전망이다. 건설업계 전반에 물량 부족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주택부문이 위축된 상태에서 공공토목 부문에 주력해온 중소 건설사들의 경영 악화가 예상되고 있다.

정부의 전월세 정책 등으로 주택부문의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크지만 단기간에 침체를 벗어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주택가격 하락세가 지속되고 신규 분양이 이연되며 대기 중인 공급 물량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수도권 부동산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 건설업체의 수익성과 현금 흐름 저하가 이어질 수 있다. 23개 건설업체의 전체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우발채무 중 80%가 수도권 사업장으로 구성됐고, 사업권이 저하된 공사의 수도권 비중은 85%에 이른다.

해외사업에 희망…‘여전히 불확실’

그나마 건설사들의 수익 회복을 기대할 수 있는 부문은 해외 사업이다. 문제는 2009~2011년 건설사들이 경쟁적으로 중동시장에 뛰어들며 저가수주한 공사들의 손실이 최근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GS건설은 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고, 삼성엔지니어링은 3분기에만 7000억원이 넘는 손실을 발표했다.

건설사들은 해외 손실이 대부분 일단락됐고, 2012년 이후 수주한 프로젝트에서는 더 이상 손실이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를 쉽게 믿지 못하고 있다. 원가율 등 해외 프로젝트와 관련된 정보가 적어 이익과 손실조차 쉽게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자문위원은 “한편에서는 2012년 수주한 프로젝트의 원가율 등을 전혀 모르겠다는 얘기도 나온다”며 “저가 수주의 가능성이 역시 높아 2015년 프로젝트가 마무리할 때쯤 또다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해외건설 수주액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중동 외 아시아와 중남미, 아프리카 지역으로 프로젝트 확대가 진행되며 해외 건설이 건설업 내 업체 간 차별화와 구조조정을 이끌리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기평은 A급 이상 대형 건설사와 중소 업체와 경쟁력 차이가 중기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실제로 올 상반기에는 대형 건설사들 사이에서도 해외 프로젝트 성과에 따라 신용도가 차별화되기도 했다. 또한 미착공 PF 사업장이 건설업의 또 다른 위험요소로 떠오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대부분 건설업체들이 미착공 사업장에 대한 대손을 인식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 신평사 관계자는 “미착공 사업장 때문에 건설업체 원가율이 상승할 수도 있고 대손상각 부담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18th SRE’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18th SRE는 2013년 11월13일자로 발간됐습니다. 책자가 필요하신 분은 문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의 : 02-3772-0161, mint@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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