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이데일리 민재용 기자] 연이은 폭염으로 온 나라가 블랙아웃(대규모 정전) 위기에 시달렸지만 지난 19일 방문한 울산
무림P&P(009580) 펄프-제지 일관화 공장은 느긋하기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공장은 기름 한 방울 쓰지 않고 연간 50만톤의 종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에너지와 공장에서 사용하는 전기를 생산해 낼 비장의 무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비장의 무기는 바로 공장내 회수보일러(Recovery Boiler)동에서 생산되는 흑액이라 불리는 청정연료다. 흑액의 정식 명칭은 ‘리그닌(lignin)’이다. 목재칩을 증해(삶음) 하면 펄프의 주 원료인 섬유소와 리그닌으로 분해된다. 흑액은 리그닌을 농축해 놓은 것인데 이 흑액을 연소시키면 스팀이 생산된다.
| ▲무림P&P공장에 쌓여있는 펄프의 주 원료 목재칩. 무림P&P는 이 목재칩을 활용해 종이를 만들뿐 아니라 에너지원으로도 활용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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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환 펄프공장 품질보증 1팀장은 “연간 50만톤의 종이를 생산하기 위해서 약 70만톤의 스팀이 필요한데 이를 전부 흑액으로 만들어내고 있다”며 “종이 제조 공정시 흑액 사용으로 절감되는 에너지 비용은 연간 500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무림P&P는 흑액으로 연간 236만톤의 스팀을 생산하는데 이 중 83%는 스팀으로 쓰고 나머지 17%는 전기로 바꿔 사용한다. 스팀으로 생산되는 전기는 시간당 3만3000㎾로 이 공장 총전기 사용량의 60%를 충당할 수 있다.
특히 흑액을 쓸 경우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아도 돼 이산화탄소도 전혀 배출되지 않는다. 무림측에 따르면 흑액 사용으로 연간 14만 5000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이는 KTX로 서울과 부산을 730만번 왕복하거나 비행기로 김포와 제주를 120만번 왕복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양과 비슷하다.
펄프-제지 일관화 공장답게 회수보일러 동 바로 옆에는 펄프를 이용해 종이를 만들어내는 제지 공장이 붙어있었다. 목재칩을 증해해 얻은 펄프가 이 공장을 지나면 우리가 사용하는 종이로 탈바꿈 한다.
당초 펄프공장이던 이곳에 2011년 제지 공장을 건설했기 때문에 무림P&P울산공장은 시설과 규모면에서 다른 제지공장을 압도한다. 실제 이 공장은 건축면적 4만2895㎡, 건물길이 627m, 건물 최대폭 98m, 등으로 모두 국내 1위 규모를 자랑한다.
이 때문에 이곳에서 만드는 종이 폭은 8.7m로, 이전까지 우리나라에서 가장 컸던 5.3m보다도 3m 이상 넓다. 김경동 제지공장 품질보증 팀장은 “생산되는 종이 폭이 커짐에 따라 고객이 원하는 규모대로 만들어 줄 수 있는 여지가 커졌다”며 “종이 생산 공정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처럼 일자로 쭉 뻗어 있는 제지 공장은 세계에서 유일하다”고 말했다.
특히 펄프가 바로 공급되는 만큼 다른 제지공장보다 종이 품질이 우수하다는게 회사 측 설명이다. 다른 제지공장은 펄프공장에서 만든 원료를 말려서 차로 싣고 온 다음 이것을 다시 물에 불려서 종이를 만들지만, 이 공장은 옆 공장에서 만든 펄프를 젖은 상태 그대로 관으로 보내 제지 공정에 들어가기 때문에 종이의 품질에 중요한 요소인 강도가 다른 제품보다 10~15%가량 높다.
김경동팀장은 “액체 상태의 생펄프를 바로 사용하기 때문에 섬유소가 살아 있다”며 “열 변형이 없어 종이 강도뿐 아니라 종이의 백색 균일도도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 ▲울산에 위치한 무림P&P전경. 펄프공장과 제지공장이 인접해 있는 국내 첫 펄프-제지 일관화 공장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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