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정부의 회계결산을 앞두고 연말에 볼 수 있었던 풍경이 6개월 정도 앞당겨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땅 파고, 삽질해서 경기를 살리려는 모양”이라며 흘려 보낸 우스개 소리가 현실로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난 1분기와 2분기의 경기지표 개선에 대해 상당수 전문가들은 정부의 조기재정 집행 등에 의한 결과라고 한다. 올해 1분기 집행된 재정지출은 83조7000억원으로 정부 계획 보다 7조7000억원이 더 집행돼 110.1%의 재정 집행률을 보였다.
한국은행은 이에 대해 “정부 재정지출이 없었다면 1분기에 전기대비 -0.6%의 성장을 했을 것”이라고 했다. 전기대비 0.1%의 플러스 성장을 한 배경에 정부의 경기부양성 지출이 있었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그만큼 민간의 경제활동은 여전히 위축돼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준 셈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일부 경기지표와 금융시장 안정세에도 불구하고 확장적 거시정책 기조를 바꿀 단계가 아니다”는 입장을 강조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최근 채권시장에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긴축 전환론`에 대해서 좀 더 느긋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전날 밤 뉴욕 금융시장에서는 뉴욕지역 제조업 경기와 주택건설업체 체감 경기의 악화가 주요 이슈가 됐다. 그 결과 증시에서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고, 미 국채 값은 상승(채권 수익률 하락)했다. 미국 역시 민간 경제활동이 여전히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다는 걸 보여준 셈이다.
전날 국고채 10년 입찰은 1조3000억원인 입찰 예정액보다 많은 1조3440억원이나 낙찰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1조9000억원이 넘은 응찰규모 탓이다. 그만큼 지금 금리레벨에서는 저가매수로 대응할만하다는 점을 입증했다.
국내외 경기와 수급 측면에서 추가적인 약세 분위기가 확산되지 않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줄만 한 요인이다. 오늘 롤오버가 이뤄지는 국채선물 9월물 가격이 지나치게 낮다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