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왕실의 '말썽꾸러기'였던 해리왕자를 하루 아침에 '전쟁 영웅'으로 만든 것이다.
올해 23살의 청년인 해리왕자는 그동안 나이트클럽에서 흥청망청하거나 나치복장 차림을 하면서 적지 않은 물의를 빚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주 드러지리포트를 통해 영국의 왕위계승 서열 3위인 그가 탈레반 무장세력과 대치중인 아프간 최전선에서 10주째 군복무중이라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세계적 관심이 집중됐다.
드러지리포트는 클린턴 전 대통령과 모니카 르윈스키의 섹스스캔들을 맨 처음 보도해 파문을 일으켰었고 최근에는 미국 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버락 오바마가 터번을 두른 사진을 공개해 이른바 ‘흑인-무슬림 뿌리’ 논쟁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어쨌든 세계적 관심사가 된 해리왕자의 아프간 군복무 사실은 영국과 미국을 비롯해 한국에서조차 주요뉴스로 다뤄졌다.
물론 언론보도 때문에 해리왕자는 신변안전 문제가 제기되면서 영국 국방부로부터 즉각 철수조치를 받게 됐다.
하지만 '왕자의 귀환'은 영국민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다.
해리왕자는 1일(현지시간) 영국 공군기지가 있는 옥스퍼드셔에 도착해 아버지인 찰스 왕세자와 형인 윌리엄 왕자의 따뜻한 마중을 받았다.
다만 해리왕자는 이날 영국에 도착한 뒤 언론인터뷰에서 '예상치 못한 철수로 군복무기간을 완료하지 못해 너무 창피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영국 국방부는 '외국 언론'들이 당초의 비보도 합의를 어기고 해리왕자의 군복무 사실을 공개했다면서 유감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지만 솔직히 '잃은 것 보다는 얻은 것'이 훨씬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다.
특히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다하는 영국 왕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전통은 새삼 관심사로 떠올랐다.
물론 영국 왕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단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엘리자베스 2세는 운전병으로 복무했고,해리 왕자의 할아버지인 필립공 또한 해군으로 참전했으며 해리의 삼촌인 앤드루 왕자는 1982년 영국과 아르헨티나의 포클랜드 전쟁에 헬기조종사로 참전했었다.
해리왕자는 아프간 복무기간동안 탈레반 진지에서 불과 4백여미터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또 '나흘동안 샤워도 하지 못하고 일주일 단위로 빨래해야 하는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전우들과 함께 생활하는 것이 멋진 일'이었다고 그는 밝혔다.
심지어 자신의 신분이 노출될 경우 탈레반의 총알이 쏟아질 것이라는 의미에서 '총알자석'(bullet magnet)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던 해리왕자다.
해리왕자의 군복무 사실은 외부에 알려지고 결국 철수하기까지 짧은 시간이었지만 긴 여운이 남는 '하나의 사건'이다.
적어도 한국의 이명박 정부 출범초기 '부자내각'이라는 비아냥속에 장관후보자들의 잇따른 낙마사태를 경험한 우리에게는 부럽기만한 '왕자의 귀환'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