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목소리’가 뜨고

FTA 시대 직업 베스트 10
성우·싱어송 라이터·축구 해설가…
  • 등록 2007-04-16 오전 8:39:35

    수정 2007-04-16 오전 8:39:35

[조선일보 제공] 업평론가 김준성(54)씨는 1980년대 연세대의 취업담당관을 맡은 이후 20여년간 직업 문제를 연구해온 이 분야 최고 전문가다. 그는 한·미FTA가 국내 직업세계에도 대대적인 변화를 몰고올 ‘메가톤급 변수’로 보고 있다. 김씨는 “우리 경제보다 16배나 더 큰 미국과의 경제통합은 직업세계 면에서 역사상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올 변수”라며 “향후 10년 내에 직종별 부침(浮沈)이 그 어느 시대보다 극심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씨는 지난 20여년간 직업환경분석, 경력관리(career design) 관련 강의를 해 왔고, ‘한국의 직업변천사’ 등 다수의 직업관련 논문을 발표해왔다. 그는 “한·미FTA로 국내 변호사의 독과점적 지위가 무너진 만큼 국내 변호사들은 달라진 환경에서 생존할 방도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한·미FTA 이전과 이후엔 대학 학과 선택 기준도 본질적으로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씨가 한·미 FTA가 가져올 변화를 토대로 향후 국내 취업시장에서 유망한 10대 직업군을 선별한 것이다.

1. 외국계은행 준법감시인

미국 월스트리트의 투자은행에서는 수많은 준법 감시인들이 활발하게 활동을 한다. 한·미 FTA 발효로 미국계 금융회사들의 진출이 활발해지면 이 분야 인력수요가 대거 늘어날 것이다. 이들의 주업무는 은행원들이 업무처리 과정에서 법과 규정을 잘 지키는지 감시해서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위험요소를 미리 차단하는 것이다. 이런 일을 하려면 금융거래 관련 법률에 정통해야 한다. 따라서 대학 법학부 전공자가 유리하다.

2. 성우

한·미 FTA 이후 미국 드라마, 영화 등이 한국에 진출하는 횟수가 증가하고 그 과정에서 우리말 더빙(dubbing·외국영화 대사를 우리말로 대체하는 것)을 하는 성우에 대한 인력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다. 성우는 음성에서 개성을 가져야 하는 직업이다. 다른 인물의 음성을 흉내 내는 기술이 있다면 유리하다. 무엇을 전공해도 성우 시험을 볼 수는 있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는 것도 좋다. 외국영화 번역에서 영어 단어를 그대로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3. 컴퓨터게임 기획가

한·미 FTA 후 한국 게임업체들의 미국 진출이 활발해질 것이다. 미국보다 우리나라 게임업체들이 기술력 면에서 훨씬 앞서 있기 때문이다. 컴퓨터 그래픽,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면 이 분야에서 자기 커리어를 쌓아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또 미국의 아트센터나 일본의 닌텐도·세가 같은 회사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기회를 갖는 것도 이 분야의 취업 기회를 더 넓혀 줄 것이다.

4. 기업 인수·합병 전문가

우리나라에선 희소하지만 미국에서는 이미 발달한 직업으로, 기업사냥꾼이 되어 유망한 기업을 사들여서 높은수익을 내는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일을 하는 직종이다. 한·미FTA로 기업 인수·합병이 더욱 활성화될 것이다. 이 분야에서 전문가로 자리잡으려면 경영학부에서 재무 리스크(위험) 분야를 전공하고, 복수전공으로 법학을 공부하면 좋다. 기업의 인수·합병 과정에서 생기는 여러 가지 법적 문제를 적절히 해결하는 데 법률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5. 스포츠패션 머천다이저(MD)

스포츠패션 시장에서 시장과 소비자를 분석해서 디자인·영업에 반영하는 일을 하는 사람을 말한다. 한·미FTA에서 우리나라 섬유제품에 대한 관세가 폐지돼 스포츠패션 수출 전망이 매우 밝아졌다. 게다가 미국은 스포츠패션 분야가 가장 발달한 나라이기 때문에 이 분야 직업 전망이 호전될 것이다.

6. 선박 펀드 전문가

한·미 FTA로 한·미 간 수출·수입 물량이 크게 늘어날 것이다. 미국계 펀드들이 한국 조선시장에 진출하여 선박을 건조하여 운용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금융자본들이 펀드자금을 선박 건조에 투자하고, 거기서 막대한 이익을 얻으면서 직업시장에서도 이 분야가 각광을 받고 있다. 경제학부, 국제금융학부에서 공부하는 것이 유리하다.

7. 싱어송 라이터

노래도 하고 작곡도 하는 직업인을 ‘싱어송 라이터’라고 한다. 한·미 FTA 이후 미국 음반이 한국 음악시장을 더욱더 잠식하게 될 것이다. 이런 여건이 되면 음악 지적재산권의 가치는 더욱 올라간다. 그리고 작곡자로부터 노래를 받기가 이전보다 어려워질 것이다. 따라서 직접 작곡하고 노래도 부르는 싱어송 라이터는 유망한 직업이 된다. 대학 음악학부, 실용음악부, 영상음악과에서 공부하는 것이 다소 유리하다.

8. 여객기 조종사

한·미 FTA로 양국 간 인적 교류가 많아지면 양국 간 항공노선을 더욱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다. 조종사가 되려면 대학 항공운항과에 진학하거나 공군사관학교, 일반대학 졸업 후 항공사에서 운용하는 조종사 양성 과정에서 교육을 받으면 된다. 항공기 이착륙 과정에서 항공 관제탑과의 의사소통이 영어로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영어 듣기와 말하기 능력을 갖추는 것이 조종사가 되는 데 필수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9. 국제 축구 해설가

한·미 FTA는 외국 스포츠·문화에 대한 개방도를 더욱 높일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주목하는 국제 스포츠는 축구다. 앞으로 국제 축구 뉴스 소비자들이 한·미 FTA 의 개방화 물결을 타고 더욱 증가할 것이다. 이 분야 전문가가 되려면 영국 포츠머스대학(축구 산업학), 영국 리버풀대학(축구 MBA 과정)에 유학하는 것도 방법이다.

10. 인재 채용 전문가

전 세계 다국적기업이 6만 개가 넘는다. 한·미 FTA는다국적기업의 한국 진출을 더욱 촉진할 것이다. 이는 기업 간의 우수인재 확보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만들고, 인재 채용 전문가들의 인력수요를 늘리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예컨대, 미국 인터넷정보 검색업체인 구글(Google)은 수많은 인재 채용 전문가를 거느리고, 전 세계를 무대로 인재를 사냥하고 있다. 이 분야 전문가가 되려면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되, 경영학(인사·조직론 분야)을 함께 공부하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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