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열린 주총에서 행동주의 펀드들이 줄줄이 고배를 마시고 있지만, 주주행동이 본격화된 점은 자본시장 선진화 차원에서 긍정적이란 평가다. 주주권을 실효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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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B금융, 주요 주주 결정 이목…엇갈리는 자문 의견
JB금융지주는 오는 30일 오전 10시30분 제10기 정기주주총회를 연다. JB금융지주 주총에선 얼라인의 △주당 900원 결산 배당 △ 김기석 후보 사외이사 추가 선임 주주제안 안건이 눈길을 끈다. 사실상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과 OK저축은행의 결정이 주총 결과에 주요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OK금융그룹은 JB금융과 함께 DGB금융에도 대규모로 투자하고 있는데, 재무적 투자·여유 자금을 운용 목적으로 밝혔다. OK금융그룹은 JB금융과 캄보디아 PPC 뱅크에서 합작벤처를 하고 있다. PPC 뱅크 행장 출신으로 OK금융과 관련이 있는 백종일씨가 전북은행장으로 취임했다.
JB금융지주 주주제안 안건에 대한 의결권 자문사의 찬성·반대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와 글래스루이스는 모두 반대를 권고했다. ISS 측은 JB금융과 얼라인의 배당 안이 큰 차이가 없고, 김기석 후보자 추천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을 반대 사유로 들었다.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ESG연구소와 한국ESG기준원(KCGS)은 얼라인의 사외이사 추가 선임 안건에 찬성을, JB금융지주 측의 배당 안건에 찬성을 각각 권고했다. JB금융지주 측이 추천한 성제환 후보자 사외이사·감사위원 선임 2건에 대해선 독립성 훼손 우려를 반대 사유로 들었다. 성제환 후보자는 전북은행 장학문화재단 이사, JB문화공간 대표직 이력이 있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JB금융 주주제안에 대해 단순히 배당·이사 선임 요구에서 나아가 은행권 전체적으로 자본배치를 개선해 저평가를 해소하는 캠페인의 일환”이라며 “주주제안이 좋은 결과를 얻으면 JB금융과 국내 은행주 전체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고, 주총 결과와 무관하게 장기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태광산업 주총, 표 대결보다 소액주주 의지 관심
31일엔 태광산업이 오전 9시 제62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한다. 태광산업의 최대주주 지분율이 절반을 넘는 데다 ‘3%룰’(최대 주주의 의결권을 합산 3%로 제한)이 적용되는 감사위원 겸 사외이사 후보선임 안건은 상정되지 않아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승산이 높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 의결권 자문사는 태광산업 측이 추천한 최영진 사외이사·남유선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에 대해선 엇갈린 의견이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최 후보와 남 후보 모두에 반대 의견을 냈다. 남 후보 반대에 대해 연구소 측은 “태광과 특수관계에 있는 비영리법인 일주학술문화재단 장학생 선발됐는데 약 10년 이전으로 명백한 반대 사유에 해당되지 않지만, 태광산업이 이전에도 이재현, 김오영, 김대근, 최원준 등 장학생 출신 인사들을 사외이사로 선임한 이력이 있어 독립성 훼손 우려가 크다고 본다”고 했다.
“주주권 행사 실효성·쌍방 건설적 대화 의지 필요”
주주권 행사 법적 권한을 실효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환경과 쌍방의 건설적인 대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의결권 자문사 한 관계자는 “미국은 행동주의자가 주총 안건 상정 이전에 합의로 이사 선임, 배당 등 중요한 지배구조 이슈들이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며 “지난해 에스엠의 경우 회계장부 열람 등이 주총 안건 상정 이전에 쌍방의 합의를 통해 결론이 있었던 것처럼 건설적인 대화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행동주의를 위시해 단기적인 시세차익을 노리고 악용하는 등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자본시장 선진화의 과도기에 나타나는 불가피한 현상이고, 옳고 그름을 떠나 행동주의 사례 자체가 증가하는 것은 긍정적”이라며 “행동주의와 주주 제안의 증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서 비롯되는 잠재적인 투자 기회의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