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건물주 위에 스타벅스…1653개 매장 등기 떼보니

나의 꿈 스타벅스 건물주
전재욱김무연|268쪽|메이트북스
전국 매장 분석, 건물주 연령별 특징
임대과정·임대료 등 상세히 담아
입지특성 등 성공 방정식 한눈에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 '스세권' 여전
  • 등록 2023-03-08 오전 6:40:00

    수정 2023-03-08 오전 6:40:00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스세권’.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에서 여전히 유효한 용어다. 최근 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었음에도 스타벅스 상권을 향한 관심은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국내 커피전문점 시장에서 왕좌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스타벅스’와 ‘역세권’을 합친 이 단어는 최근 몇 년 사이 ‘검증된 상권’을 의미하는 말로 자리매김했다. 지하철역 주변 상권이 활기를 띠는 것처럼, 스타벅스 입주 건물 가치는 상승할 뿐 아니라 유동 인구가 늘면서 주변 부동산 시세까지 덩달아 들썩거린다는 뜻이다. 최근 연예인들이 스타벅스가 입점해 있는 건물을 매입했다가 되팔아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올렸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스타벅스 효과’는 더 막강해지고 있는 모양새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 그 위에 스타벅스’라는 말까지 나오는 이유다.

책 ‘나의 꿈 스타벅스 건물주’(메이트북스)는 스타벅스의 부동산 공식을 파고든 결과물이다. 종합경제일간지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와 현 문화일보 김무연 두 기자가 언론인 특유의 집요함을 바탕으로 전국 매장 1653개의 등기부등본 2454장을 직접 떼어 분석했다. 매우 까다롭기로 유명한 ‘스타벅스 입점’에 성공한 건물주의 연령별 특징이나 사는 지역 등을 알려주는 동시에 매장 특징과 임대과정, 임대료 등을 상세히 다뤘다. 열람용 등기사항전부증명서 한 장을 떼는 비용은 700원으로, 이 작업에만 최소 171만7800원을 들인 셈이다. 저자에 따르면 ‘숫자는 가공하기 나름이지만, 그렇다고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는 일념 하나로, 스타벅스의 성공 방정식과 변수를 추려냈다고 했다.

누구나 꿈꾸지만 아무나 될 수 없는 ‘스타벅스 건물주’. 두 저자가 이 책을 쓴 계기다. 저자인 전재욱 기자는 책 서문을 통해 “스타벅스 건물주를 따라 하면 스타벅스 입점에 성공할 수 있지만 해당 정보는 너무 제한적”이라며 “매장 전수 조사를 해 비밀을 풀기로 했다”고 적었다. 공저자인 김무연 기자 역시 “건물을 임차하는 방식으로 직영하는 스타벅스는 필연적으로 건물주와 협상할 수밖에 없다”라면서 “건물주는 스타벅스에 어떤 조건을 내걸고, 역으로 스타벅스는 건물주에게 무엇을 바랄까 하는 호기심으로 이 작업에 매진했다”고 했다.

책은 스타벅스가 전국 어디에 얼마나 분포하는지, 입점을 이끈 입지적 특성은 어떤 것인지, 스타벅스가 선호하는 건물의 층수와 면적 등을 구체적인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알려준다. 저자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정형화된 매장을 반복 출점해 ‘최소한의 공간에서 최대의 결과를 내는 방식’에 집중하는데, 베일에 둘러싸인 조직 ‘스타벅스 부동산 점포 개발팀’이 건물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서도 상세히 풀어놨다. 입지 좋은 상권 건물이지만 왜 계속 스타벅스가 퇴짜를 놓는지, 그들의 취향을 파악하고 되새겨볼 기회를 제공한다.

전 이데일리 기자이자 삼프로TV 이진우 공동대표는 기업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기존 책들과 달리, 부동산에 초점을 맞춘 것이 책의 특징이라며 “스타벅스 매장이 자리 잡는 과정과 복잡한 거래관계를 하나하나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를 자연스럽게 깨닫게 될 것”이라고 이 책을 추천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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