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마틸다’의 주역 배우들 중에는 특별한 사연을 가진 이가 있다. 주인공 마틸다의 아빠 미스터 웜우드 역을 맡은 배우 서만석(43)이다. 서만석은 2018년 ‘마틸다’ 국내 초연에서 앙상블이자 미스터 웜우드의 커버(주연 배우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무대에 오르지 못할 경우 투입되는 배우)를 맡았다. 4년 만에 돌아온 이번 공연에서 당당히 주역을 꿰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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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극장 뮤지컬의 주역을 맡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서만석의 원래 꿈은 가수였다. 90년대 후반 단돈 20만 원을 들고 고향 부산을 떠나 서울에 올라왔다. 연예기획사를 통해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했지만 앨범은 실패했다. 그룹 신화 등 유명 가수들의 코러스로 활동을 이어가던 그는 대학 교양 수업을 통해 우연히 뮤지컬을 접했고, 가수가 아니어도 노래할 수 있다는 사실에 무작정 뮤지컬에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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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많은 배우들이 생계의 어려움을 겪게 됐잖아요. 저도 출연하려던 작품이 취소되면서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어요. 아내도 진지하게 뮤지컬배우를 그만 두면 안 되겠느냐고 말하기도 했고요. 그만큼 힘든 상황이었죠. 이번 ‘마틸다’ 미스터 웜우드 역 오디션에 합격하자 아내가 ‘그때 그렇게 얘기해서 미안하다. 당신이 이렇게 버티고 이런 역할까지 하게 돼 너무 대견하다’고 말해주더라고요. 감동적인 순간이었습니다.”
‘마틸다’로 당당히 주역을 맡았지만, 서만석은 앞으로도 앙상블과 주역 가리지 않고 무대에 오를 계획이다.
“앙상블은 병풍이 아니에요. 앙상블이야 말로 주인공이죠. 앙상블이 살아 있을 때, 무대도 주인공을 맞이할 수 있는 살아 숨 쉬는 공간이 되니까요.”
‘마틸다’는 영국 명문 극단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의 대표작으로 20세기 가장 위대한 아동문학가로 손꼽히는 로알드 달의 소설을 뮤지컬로 옮긴 작품이다. 똑똑하고 책 읽기 좋아하는 어린 소녀 마틸다가 부모와 학교 교장의 부당함에 당당히 맞서 자신의 힘으로 진정한 자아와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내년 2월 26일까지 공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