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안정화는 차기 정부가 풀어야 할 최우선 과제로 지목된다. 오는 5월 출범 예정인 새 정부가 그려낼 부동산 정책 밑그림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이유다.
“양 많다고 좋은 것 아냐..적재적소 공급 필요”
9일 이데일리는 부동산 시장 전문가 7인을 대상으로 차기 정부에 바라는 부동산 정책을 질문한 결과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공공이 부동산 시장의 모든 것을 책임진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재인 정부는 실제 민간공급을 억누르면서 이를 공공이 대신하겠다는 다양한 정책을 낸 바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공공이 민간보다 선하고, 공공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면서 “주택 공급에는 공공과 민간이 모두 기능한다는 점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도 “현재 민간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는 주택 공급 시장을 일부 재편하는 것은 필요하다”면서도 “하지만 공공이 전부 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공공은 그럴 능력조차도 안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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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연도별로 로드맵을 세우고 국민이 원하는 곳에 적기에 공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특히 중앙에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게 아니라 수요자가 원하는 곳에 원하는 방식으로 주택이 공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의 인허가와 준공 물량은 결코 적지 않다. 문 정부 출범 이후 지난해 말까지 251만가구를 인허가하고, 246만가구를 준공했다. 인허가 물량은 이명박 정부(228만가구)보다 많고, 준공 물량은 박근혜(190만가구)·이명박(179만가구)정부 보다 많다. 하지만 시장이 실제로 체감하는 공급량은 많지 않다. 이는 곧 주택 공급 방향이 시장의 니즈를 제대로 충족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책신뢰성 확보해야..장기적 로드맵 마련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이 공급 물량에 과도하게 쏠려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단기적으로는 시장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공급 과잉이 자칫 시장에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의 흐름을 제대로 읽고 공급 지역과 시기,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도 “광명시흥 3기 신도시 사례에서 보듯이 공급 확대가 개발 호재로 인식되면 단기간 시세 변동이 확대될 수 있다”면서 “누적된 공급 부족 이슈를 해결하다 보면 일정 수준의 집값 상승 비판은 감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정책의 신뢰성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정부에서 27번에 이르는 부동산 정책을 냈지만 시장 효과는 미미했다. 오히려 정책이 거듭될수록 시장 움직임은 예상을 빗나갔다.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은 풍선 효과를 불러 일으켰고 시장 영향력을 고려하지 않고 섣부르게 추진한 정책들은 부작용만 양산했다. 임차인을 보호하고자 도입한 주택임대차보호법으로 정작 임차인이 내쫓겼고 기존 임대사업자 혜택을 폐지한 민간임대주택특별법은 민간 임대차 시장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주택 정책을 전반적으로 재검검하고 체계적으로 단기, 중장기로 나눠서 다시 짜야 한다”면서 “우선 법을 바꿔야 할 부분과 바꾸지 않아도 될 부분을 나눠서 법 개정이 필요없는 부분은 조기 시행해서 부동산 정책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은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단기적으로 급하게 실행하면서 미스매칭이 발생했다”면서 “부동산 정책을 교육 정책처럼 10년, 30년을 내다보고 하게 되면 인구구조 예측까지 반영할 수 있다. 큰 틀에서 주택 정책을 세우고 필요한 경우 세부적으로 조율하는 식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