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연기론' 불붙인 트럼프…불복 시나리오 그리나

법적·정치적으로 사실상 불가능…악재 속 국면전환용 분석
일각선 '대선 패배 때 불복 위한 명분 쌓기' 관측까지 나와
민주당 물론 공화당 내부에서도 '어이없다'…물 건너갈 듯
  • 등록 2020-07-31 오전 5:31:21

    수정 2020-07-31 오전 7:11:23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피용익 기자] 도널드 트럼프(사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3일 예정된 미 대선을 사실상 연기하자고 제안했다.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우편투표 확대가 자칫 부정선거 의혹으로 번질 수 있다는 논리를 내밀면서다. 비록 트위터를 통한 ‘떠보기’ 식 제안이었지만, 현직 대통령의 발언이어서 당분간 파장은 만만찮을 것으로 관측된다. 야당인 민주당은 물론이고 공화당 내부에서도 반대론이 들끓는 데다, 미 헌법상 대통령이 대선일정을 바꾸는 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코로나 정국 이후 불거진 각종 악재를 덮고 지지율 반전을 꾀하기 위한 일종의 승부수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일각에선 향후 ‘대선 불복’을 위한 수순밟기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나오고 있다.

사진=트위터
국면 전환용? 대선 불복 명분 쌓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보편적인 우편투표(바람직한 부재자 투표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로 인해 2020년은 역사상 가장 부정확하고 사기를 치는 선거가 될 것”이라며 “이는 미국에 굉장히 곤란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국민이 제대로, 안심할 수 있게, 그리고 안전하게 투표할 수 있을 때까지 선거를 연기???”라고 적었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우편투표의 ‘부정선거’ 가능성을 강하게 주장해왔으나 이처럼 대선 연기를 직접 거론한 건 처음이다. 통상 미국에선 우편선거가 젊은 층과 흑인 등 소수인종의 투표율을 높여 여당인 공화당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게 정설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두고 여러 분석이 나온다. 미 언론들은 일단 그의 트윗이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성장률) 발표 15분 후 나왔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날 오전 미 상무부는 미국의 2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 32.9%(연율)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가 시작한 지난 1분기 -5.0%를 기록, 6년 만에 역성장으로 돌아선 데 이어 하락 폭을 더 크게 키운 셈이다. 이로써 기술적인 ‘경기침체’는 공식적으로 확인됐다. 즉, 자신의 최대업적으로 치부해왔던 ‘경제호황’이 무너지자, 국민의 시선을 돌려 국면을 전환하려는 술수라는 분석이다.

사진=AFP
대선 결과 불복을 위한 명분 쌓기라는 관측도 많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지지율에서 크게 밀리고 있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에 따르면 최근 바이든 전 부통령의 전국 여론조사 평균 지지율은 50.1%로 트럼프 대통령(41.7%)보다 8.4%포인트 높다. 실제 여러 주(州)에서 우편선거로 대선이 치러지고 바이든 전 부통령의 승리로 귀결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노력에도 부정선거가 이뤄졌다는 이유로 백악관에서 버티며 재선거를 요구할 공산이 있다. 실제로 그는 지난 19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선 결과를 받아들일 것이냐’는 질문에 “나는 깨끗하게 승복하는 사람이 아니다”며 불복 가능성을 시사했었다.

트럼프 뜻대로 될까?…사실상 ‘불가능’

그러나 대선 일정 변경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미 정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날 민주당 측은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에 “우리는 11월3일 투표함에서 당신을 만날 것”(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이라고 일축했다. 민주당 소속의 제리 내들러 하원 법사위원장도 “대통령에게 선거 연기 권한은 없다”고 못 박았다. 미 연방법에 따르면 미 대선일을 11월 첫 월요일 이튿날인 화요일이다. 이를 바꾸려면 연방법 개정이 필요한 데,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아예 없다. 만약 선거에 패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버티기’에 돌입한다고 해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미 수정헌법 20조 1항을 보면 대통령 임기는 ‘임기가 끝나는 해 1월 20일 정오에 끝난다’고 규정돼 있다.

친정인 공화당 내부에서도 ‘어이없다’는 반응 일색이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11월3일 대선은 불변”이라고 했다. 케빈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도 “연방 선거 역사상 선거를 바꾼 전례는 없다”고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측근으로 잘 알려진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도 “우편투표가 유일한 투표 수단이 돼선 안 된다”면서도 “선거를 미뤄야 한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했다. 법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연기론’은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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