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두 배 적자낸 하이트진로, 올해 흑자전환 확신하는 이유는

지난해 맥주 부문서 431억원 영업손실 기록
'테라' 출시하며 '녹색병'에 '호주맥아' 사용, 부대·원자재비 상승
올해부턴 부대비용 감소에 소매시장 확대 전망
  • 등록 2020-04-09 오전 5:30:00

    수정 2020-04-09 오전 5:30:00

[이데일리 이성웅 기자] 하이트진로의 맥주 부문 적자가 지난해 신제품 ‘테라’의 선전에도 전년 대비 2배 이상 커졌다. 적자 규모가 400억원대에 달하지만 하이트진로는 올해 맥주 부분 흑자 전환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테라가 유흥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데 이어 올해는 소매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사진=하이트진로)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하이트진로의 맥주 사업부문 영업 손실은 431억4076만원이다. 적자폭은 전년 대비 112% 커졌다. 맥주 부문 적자 확대에 따라 같은 기간 개별 기준 하이트진로 전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0.8% 감소한 802억9471만원을 기록했다.

테라의 인기와 맥주 부문 매출 증가에도 적자 폭이 커졌다.

이번 적자의 배경엔 테라의 인기 요인 중 하나로 꼽히는 녹색 병이 있다. 하이트진로는 테라를 출시하면서 맥주 시장에서 통용되던 갈색 병 대신 회오리 무늬가 새겨진 녹색 병을 새롭게 선보였다.

기존 맥주 시장에선 제조사에 관계없이 갈색 병을 공용으로 사용해 병 생산에 들어가는 부대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반면 테라는 ‘청정’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기존에 없던 녹색 병을 선택하면서 부대비용이 대폭 증가했고, 이는 적자 확대로 이어졌다.

테라에 하이트진로의 기존 대표 맥주였던 ‘하이트’ 보다 좋은, 고급 맥아를 사용한 점도 적자 확대의 요인이 됐다. 지난해 하이트진로가 사용한 맥주보리 단가는 ㎏당 1458원으로 전년 대비 16.2% 증가했다. 맥아(몰트) 단가도 ㎏당 869원으로 전년 대비 27% 늘었다.

여기에 신제품 출시에 따른 마케팅 비용도 커졌다. 지난해 판매관리비는 6817억2177만원으로 전년 대비 16.1% 늘었다.

2018년까지 적자를 내던 생수부문(하이트진로음료)까지 흑자로 돌아서면서 맥주부문은 하이트진로 내 유일한 적자 사업부문이 됐다.

그럼에도 하이트진로는 올해 안에 400억 원대 적자를 해소할 수 있다 확신하고 있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는 지난 2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해외 기업설명회에서 “5년째 적자인 맥주 사업을 흑자로 돌려놓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김 대표는 지난달 20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도 “작은 성과에 자만하지 않고 혁신과 도전 정신으로 주류시장을 선도할 것”이라며 성장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같은 자신감의 근거로는 부대비용 감소가 꼽힌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 (사진=하이트진로)
테라는 지난해 3월 출시 이후 1주년을 맞았다. 이 기간 동안 소매와 유흥시장을 거치면서 새로 도입한 녹색 병이 시장에 충분히 깔린 상태다. 맥주병은 재사용하기 때문에 올해부턴 기존 생산량이 순환하기 시작한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이 때문에 병을 새로 생산하는 비용이 대폭 줄어들 예정이다.

하이트진로는 올해부터 테라의 소매 시장 점유율도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테라는 지난해 유흥 시장을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출시 160일 만에 판매량이 2억병, 현재는 5억병을 넘어섰다.

소매시장에서도 판매량 기준 점유율(닐슨데이터)이 지난해 2분기 4.7%, 3분기 10.2%, 4분기 13.3%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유흥 시장에서 급속도로 성장했는데, 유흥 시장의 추세가 소매 시장으로 넘어오는 데 통상 6개월~1년 정도 걸린다”며 “올해부터는 소매시장에서도 점유율 확대가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도 하이트진로에 대해 희망적인 예측을 내놓고 있다.

심은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1분기 하이트진로 맥주 매출액은 전년 대비 30.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3월 말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본격화해 2분기엔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마케팅 대신 소비자의 선호에 의존하는 시장 상황이 예상돼 테라의 인기와 인지도 확대 감안 시 하이트진로의 점유율 상승 추세는 유효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하이트진로 내 기존 하이트와 테라의 ‘카니발라이제이션(상호 잠식)’에 대한 우려는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하이트보다 테라의 점유율이 앞서긴 하지만, 하이트 점유율이 떨어진 이상으로 테라의 점유율이 올랐기 때문에 상호 잠식은 아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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