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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의 인기와 맥주 부문 매출 증가에도 적자 폭이 커졌다.
이번 적자의 배경엔 테라의 인기 요인 중 하나로 꼽히는 녹색 병이 있다. 하이트진로는 테라를 출시하면서 맥주 시장에서 통용되던 갈색 병 대신 회오리 무늬가 새겨진 녹색 병을 새롭게 선보였다.
기존 맥주 시장에선 제조사에 관계없이 갈색 병을 공용으로 사용해 병 생산에 들어가는 부대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반면 테라는 ‘청정’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기존에 없던 녹색 병을 선택하면서 부대비용이 대폭 증가했고, 이는 적자 확대로 이어졌다.
테라에 하이트진로의 기존 대표 맥주였던 ‘하이트’ 보다 좋은, 고급 맥아를 사용한 점도 적자 확대의 요인이 됐다. 지난해 하이트진로가 사용한 맥주보리 단가는 ㎏당 1458원으로 전년 대비 16.2% 증가했다. 맥아(몰트) 단가도 ㎏당 869원으로 전년 대비 27% 늘었다.
여기에 신제품 출시에 따른 마케팅 비용도 커졌다. 지난해 판매관리비는 6817억2177만원으로 전년 대비 16.1% 늘었다.
그럼에도 하이트진로는 올해 안에 400억 원대 적자를 해소할 수 있다 확신하고 있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는 지난 2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해외 기업설명회에서 “5년째 적자인 맥주 사업을 흑자로 돌려놓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김 대표는 지난달 20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도 “작은 성과에 자만하지 않고 혁신과 도전 정신으로 주류시장을 선도할 것”이라며 성장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같은 자신감의 근거로는 부대비용 감소가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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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매시장에서도 판매량 기준 점유율(닐슨데이터)이 지난해 2분기 4.7%, 3분기 10.2%, 4분기 13.3%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유흥 시장에서 급속도로 성장했는데, 유흥 시장의 추세가 소매 시장으로 넘어오는 데 통상 6개월~1년 정도 걸린다”며 “올해부터는 소매시장에서도 점유율 확대가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도 하이트진로에 대해 희망적인 예측을 내놓고 있다.
심은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1분기 하이트진로 맥주 매출액은 전년 대비 30.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3월 말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본격화해 2분기엔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마케팅 대신 소비자의 선호에 의존하는 시장 상황이 예상돼 테라의 인기와 인지도 확대 감안 시 하이트진로의 점유율 상승 추세는 유효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하이트진로 내 기존 하이트와 테라의 ‘카니발라이제이션(상호 잠식)’에 대한 우려는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하이트보다 테라의 점유율이 앞서긴 하지만, 하이트 점유율이 떨어진 이상으로 테라의 점유율이 올랐기 때문에 상호 잠식은 아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