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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성기 기자] 지난해 12월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시작된 분식회계 의혹 관련 검찰 수사가 8개월째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수사 핵심인 분식회계 의혹 관련 고의성 입증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수사가 장기화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검찰 수사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4조5000억원대 고의 분식회계를 벌인 혐의로 지난해 11월 삼성바이오를 고발한데서 출발했다. 증선위는 삼성바이오가 지난 2011년 미국 바이오젠과 함께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하고 2015년 상장을 위해 이 회사 지위를 삼성바이오의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회계 분식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를 중심으로 한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는 우선 분식회계 관련 증거인멸에 초점이 맞춰졌다. 지금까지 고의 분식회계 의혹을 뒷받침할 증거를 인멸하거나 이를 지시한 혐의를 받는 8명을 재판에 넘겼다. 이를 토대로 삼성 컨트롤타워인 옛 미래전략실 고위 임원 등 수뇌부로 칼끝을 겨누려던 검찰의 행보에 최근 제동이 걸렸다. 수사의 뼈대인 분식회계 혐의로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 등에 대해 청구한 영장이 모두 기각된 탓이다.
법원은 주요 범죄 성부(成否)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구속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이 제시한 증거로는 고의 분식회계 혐의가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분식회계 고의성을 입증해 경영권 승계 작업과의 연관성을 규명하려던 검찰로서는 난감한 지경이 됐다. 더구나 25일 문재인 정부 2기 검찰인 윤석열호(號) 출범과 함께 조만간 단행될 인사로 수사팀까지 교체될 것으로 보여 수사 동력 유지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선 삼성바이오 회계처리 위법 여부 자체가 불명확하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어 관련 피고인들에 대한 재판과정에서도 치열한 공방이 일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서울행정법원도 회계처리가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증선위가 삼성바이오에 내린 제재 효력을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중단하라고 결정한 바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