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업인의 사기 꺾는 가업승계 규제

  • 등록 2019-04-16 오전 6:00:00

    수정 2019-04-16 오전 6:00:00

정부가 중견·중소기업의 가업승계 상속세 감면 조건을 완화할 방침이라고 한다. “가업상속 공제에 필요한 업종·지분·고용 유지기간을 현행 10년에서 7년으로 줄이겠다”는 것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밝힌 방안이다. 상한을 7년으로 정하되 공제액에 따라 기간을 차등 적용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평생 노력으로 기업을 일으키고도 막대한 상속세 부담 때문에 기업을 자식에게 물려주지 못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일단 환영할 만한 조치다.

지금의 가업승계 조건은 창업주나 상속자에게 상당히 불리하게 돼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대주주 경영권 승계시 최고 65%에 이르는 상속세율은 외국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은 편이다. 프랑스의 경우 45%, 독일은 30%라고 한다. 업종·지분·고용을 10년간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도 경쟁국들보다 까다롭게 적용돼 왔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중견·중소기업 창업주의 상당수가 자식에게 기업을 물려주지 못하고 매각 처분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 그런 결과라고 한다.

2016년 275건이던 중견·중소기업의 인수·합병 건수가 지난해 352건으로 급증했다는 사실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사정이라면 창업주가 아무리 노력해서 기업을 일구더라도 대를 물려가며 지속하기 어렵다. 혹시 아들에게 상속이 가능하더라도 손자 때까지는 장담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풍토에서 ‘100년 기업’은 나올 수가 없으며, 기업인들의 창업 의지도 꺾이기 마련이다. 까다로운 가업승계 조건이 그 자체로 창업 규제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업종·지분·고용 유지기간을 완화할 것이라는 정부 방침에도 업계 반응은 그렇게 신통치가 않다. 기간을 줄여준다고 해도 이러한 규정이 현실과 괴리가 있기 때문이다. 고질적 인력난으로 고용 유지가 쉽지 않은데다 설비 자동화 추세에서 정규직 근로자를 7년 동안 유지한다는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다. 업종 변경이나 주식 처분에 제한을 두는 규정도 마찬가지다. 하루가 다르게 경영 여건이 바뀌는 상황에서 뒷짐을 지고 있으라는 식이다. 정부가 진정으로 창업 분위기를 이끌려면 이러한 상속세 규정부터 먼저 손봐야 할 것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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