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증시인물]자식걱정은 영원…‘인보사’ 아버지 이웅렬

인보사 '넷재 자식'이라 칭한 이웅렬 전 코오롱 회장
허가 내용과 세포 다르다고 밝혀져…시총 1조원 태워
사업보고서 통해 400억원 넘는 퇴직금으로도 '화제'
  • 등록 2019-04-06 오전 8:30:00

    수정 2019-04-06 오전 8:30:00

[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부모의 자식걱정은 영원하다던데, 은퇴를 선언했던 이 인물도 자식걱정에 마음이 편친 않을 듯 하다. 이웅렬 전 코오롱 회장과 퇴행성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 얘기다. 평소 이 전 회장이 자식이라 칭하며 애정을 쏟았던 인보사가 암초에 부딪치면서 코오롱생명과학(102940)은 물론 여타 바이오주도 주가 하락을 면치 못했다. 이번주 증시인물은 이 전 회장의 얘기로 풀어본다.

지난해 11월 28일 서울 마곡동 코오롱원앤온리타워에서 열린 성공퍼즐세션에서 이웅렬 전 코오롱그룹 회장이 사퇴 의사를 밝힌 뒤 임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전 회장은 평소 인보사에 대해 ‘20년 걸려 낳은 네 번째 자식’이라고 칭하며 각별한 애착을 보였다. 사내 안팎의 반대를 무릅쓰고 19년 동안 1100억원을 투자하며 키워왔기 때문이다. 이 전 회장은 지난 1996년 회장에 취임한 후 그룹의 미래산업을 바이오로 정한 뒤 2년 후인 1998년 11월 3일 인보사 개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이 전 회장은 이 날을 ‘인보사의 생일’로 정하고 지난해엔 인보사 생산거점인 충주공장에서 ‘인보사 성인식’을 진행하기도 했다. 인보사는 무릎 퇴행성관절염 환자의 관절강에 주사해 염증을 없애고 정상 연골조직이 잘 자라도록 해주는 치료제로, 관절염 유전자 치료제로는 세계 최초로 허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그런 인보사에 문제가 생겼다. 인보사를 만드는 세포 중 하나가 허가 내용과 다르다는 게 밝혀져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조 및 판매중지를 요청받았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인보사의 안전성과 유효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지만 투자자들은 쉽게 믿어주지 않았다.

이에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950160)은 지난 1일 하한가로 장을 마쳤고, 지주회사 코오롱(002020) 역시 이날 19.49% 떨어지며 장을 마감했다. 3월 초만 해도 9만원대에 육박했던 코오롱생명과학의 주가는 5일 47500원까지 주저앉은 상태다. 시가총액을 보면 지난 1일 이후 코오롱생명과학에서만 3059억원이 날아갔고, 코오롱티슈진에서는 8908억원이 사라졌다. 코오롱에서도 783억원 가량의 시가총액이 날아간 걸 고려하면 이번 인보사 사태로만 총 1조 3000억원 가까운 시가총액이 허공으로 사라진 셈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이 전 회장은 퇴직금을 포함한 연봉으로 456억원을 챙겨 세간의 화제가 된 바 있다. 지난 1일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코오롱그룹 계열사 5곳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은 지난해 △코오롱글로벌(93억원) △코오롱글로텍(90억원) △코오롱생명과학(43억원) △코오롱(32억원)의 연봉을 지급받았다.

고액 연봉을 통해 유종의 미(?)를 거두고 경영 일선에서 은퇴한 이 전 회장이지만, 일각에선 인보사 투자 최종 결정권자라는 점에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옛말에 품안의 자식이라고 했다. 성인식 치르자마자 말썽을 일으킨 네 번째 자식을 보는 이 전 회장의 마음도, 시장의 시선도 편치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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