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삼고무, 전통인가 개인 저작물인가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북 세 개를 치며 추는 삼고무를 두고 한국무용계가 시끄럽다. 우리 전통춤의 거목인 우봉 이매방(1927~2015) 선생의 유족이 삼고무를 비롯해 오고무, 대감놀이와 장검무 등을 저작권 등록하고 권리행사에 들어가자 제자들로 구성한 우봉이매방춤보존회와 무용계가 이에 반발하면서다.

이매방 선생의 유족이 대표로 있는 우봉이매방아트컴퍼니는 지난해 1월 한국저작권위원회를 통해 저작권 등록을 하고 국공립예술단체에 저작권을 명시한 내용증명을 보냈다. 하지만 전승자들은 이매방 춤의 사유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에 반발하고 있다. 삼고무와 오고무는 전통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며 특정 단체의 저작권 등록은 전통문화를 사유화하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삼고무와 오고무는 이매방 선생이 1940년대에 고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 개 또는 다섯 개의 북을 두고 추는 북춤으로 역동성이 돋보인다. 지난해 인기 아이돌 그룹인 방탄소년단이 2018멜론뮤직어워드의 무대 퍼포먼스에 활용해 주목받았다. 삼고무를 놓고 벌이는 양측의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온 것도 이때쯤이다.

갈등의 봉합 조짐이 없자 정부도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문화재청은 이달 중 긴급 실무회의를 열고 갈등을 조정하기로 했다. 전통과 저작권이라는 구분하기 어려운 요소가 얽힌 만큼 이해당사자 간에 양해를 구하는 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통은 완고하되 꾸준히 변화하기 마련이다. 삼고무는 이매방 선생이 고안한 것이라고하나 뿌리는 우리 북춤에 있다. 동시에 우리 전통을 계승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이들의 권리도 존중해야 한다. 필요 이상으로 강한 저작권법이 문화향유권을 제한한다는 주장도 있다. 시시비비를 명확하게 가리기 어려운 이유다.

삼고무를 놓고 벌이는 저작권 논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전통문화를 기반으로 한 창작물의 저작권 등록 기준이라는 모호한 사안이 쟁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전통과 저작권이 충돌한 사례인 만큼 꼼꼼히 살펴 합리적인 조정안을 내야 한다. 창작자의 아이디어와 권리를 보호하면서 우리 전통춤을 발전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