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이방인의 눈에 한국은 생경하다. 길거리에 아무렇게나 던져둔 가방을 아무도 훔쳐가지 않는 것부터 남자들이 발목양말을 즐겨 신는 것까지. 연립주택이 늘어선 골목, 빼곡한 콘크리트 빌딩, 무엇을 파는지 알 수 없는 무수한 광고판을 바라보며 아이러니하게도 고요를 느낀다. 외국인에게 서울은 명상을 위한 넓은 들판이다.
한국에서 작가로 살기로 결심한 한 콜롬비아인의 이야기다. 스페인어권 최고의 젊은 작가로 꼽히는 저자가 서울 이태원에서 보낸 사계절을 일기형식으로 풀었다. ‘흔들리는 외줄 위에서 써 내려간 메모들’이란 제목으로 고국에서 출간한 에세이를 다른 제목으로 번역한 것이다. 그와 매일 함께 보낸 한국인 아내가 우리말로 옮겼다.
책은 지리·문화적으로 지구 반대편에서 온 외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 흔히 보는 좌충우돌 경험담은 아니다. 우리말에 능하거나 김치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한국사회가 놓친 추한 면을 들춰내지도 않는다. 그저 경계에 선 이방인의 눈으로 경험하고 느낀 바를 미사여구 없이 써다. 여행가방 4개서 시작한 살림살이가 5t 트럭만큼 늘기까지의 기록이다.
아마 한국에서 계속 살아가겠지만 앞으로도 완전한 타인임을 저자는 안다. 그래서 한 귀퉁이를 자신의 자리로 만들었다고 했다. 그곳에서 질문한다. “나는 여기서 뭘 하는 거지?” 두려움이 없는 건 아니지만 대신 행복을 찾았다. 책이 그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