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 시대]회식·미승인 접대는 근로 아니라는데 법카 써도 되나요?

주 52시간 근무시대 근로자 관심 1순위는 ‘근로시간 판단여부’
비슷한 사례도 해석 달라…회식은 ‘X’·체육대회는 ‘O’
고용부·경총 가이드북 배포…“사례별 특수성 고려해야... 절대적 기준 아냐”
  • 등록 2018-07-02 오전 6:30:00

    수정 2018-07-02 오전 6:30:00

[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지난달 29일 생활가전전문기업 SK매직에서는 주 52시간 근무제 실시를 앞두고 인사팀 주관으로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한 설명회가 열렸다. 회사 관계자는 “직원들의 관심은 어디까지를 근무시간으로 인정하느냐였다”며 “특히 영업이나 홍보 등 업무 특성상 외근이나 접대가 많은 직원들의 궁금증이 컸다”고 전했다.

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을 우선적으로 주 52시간 근무제도가 시행된다. 하지만 아직도 현장의 혼란은 여전하다. 특히 근로자들은 회사에서 있는 시간동안 어디까지를 근로시간으로 책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 가장 궁금해하고 있다.

고용부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은 이에 따라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배포하고 현장에서의 혼란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종속되어 있는 시간을 말한다. 즉, 사업주의 지시여부가 근로시간 판단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는 셈이다.

고용노동부는 근로시간 판단기준으로 사업주의 지시여부 외에도 △업무수행 의무정도 △업무수행 및 참여거부시 불이익 여부 △시간·장소의 제한 정도 등을 꼽았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아직도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비슷한 유형의 사례라도 구체적 사실관계를 따져보면 근로시간 유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휴게시간의 경우출근 후 업무시간 내에 음료수를 마시거나 담배를 한 대 피우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우는 경우는 근로시간이다. 언제든지 사용자가 업무복귀를 지시하면 돌아올 수 있어서다. 반면 회사 임원 등의 운전기사는 고용유지를 위해 감시·단속적 근로자로 승인을 받았다면 대기 및 휴게시간이 반드시 근로시간으로 책정되지는 않는다. 감시·단속적 근로자는 아파트 경비원이나 주차관리원과 같이 감시나 단속을 주요 업무로 하는 근로자를 지칭한다.

회식과 사내 체육대회도 마찬가지다. 두 행사 모두 직원간 친목도모와 조직의 결속 차원에서 이뤄지지만 체육대회는 근로로 인정받은 반면 회식은 강제성이 있어도 근로가 아니다. 체육대회는 불참 시에 결근 처리하거나 사용자의 지휘·감독하에 있지만 회식은 불참해도 결근이 아닌만큼 근로시간에 포함하지 않는다.

고용부는 회식과정에서 재해가 발생하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은 하지만 노동시간 해당여부와는 다르다는 판단이다.

김왕 고용부 근로기준정책관(국장)은 “노동시간은 해당 시간에 대해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시간”이라며 “통상 직장 내 회식은 직원들의 사기진작이나 단합·친목도모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업무 수행과는 거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업무상 재해 인정은 관련법(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폭넓게 인정하고 있어 회식 중 사고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업이나 대관, 홍보 등 제3자와의 만남과 접대가 많은 직군의 근로자는 고민이 더 많다. 회사의 사전 승인없이 이뤄지는 접대는 근로시간으로 간주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견기업에 재직중인 김모 차장(41)은 “그동안 의례껏 거래처 사람들과 저녁에 만나 접대를 하면서 법인카드를 사용했다”며 “이제는 사전에 승인을 받지 않으면 근로시간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데 법인카드를 사용해도 되는 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그동안 익숙했던 근무형식과 달라지는 부분이 있다보니 초기에는 불편함이나 어색함이 있을 수도 있다”면서도 “근로시간 단축의 취지가 과로사회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이니 사업주와 근로자 모두 제도가 연착륙할 수 있도록 노력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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