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전경련 정기총회를 마지막으로 물러나는 이승철 상근부회장의 퇴직금이 20억원 규모에 이를 것이라는 소식이다. 기획본부장을 시작으로 지금껏 18년 동안 임원으로 재직했기 때문에 퇴직금 규모가 이처럼 늘어났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전경련 내규상 상근부회장은 해마다 월평균 임금의 3.5배를 퇴직금으로 받도록 돼있다는 점에서도 그의 퇴직금이 많을 수밖에 없다.
우리 직장 풍토에서 평소 열심히 근무한 데 대한 보상의 의미와 함께 노후생활을 보장한다는 의미까지 지닌 것이 바로 퇴직금 제도다. 그러나 이 부회장의 경우는 이런 의미로 받아들이기에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대기업 강제모금을 주도함으로써 ‘최순실 게이트’의 단초를 제공했고 결과적으로 전경련 조직을 해체 직전까지 몰고 온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퇴직금이란 게 액수의 많고 적고를 떠나 전적으로 개인 프라이버시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바 아니다. 이 부회장이 그동안 전경련의 발전을 위해 공헌한 측면이 적지 않으리라는 점도 충분히 인정한다. 20년 가까이 임원을 지냈다는 사실에서도 그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과연 지금 상황에서 그에게 막대한 퇴직금을 지급하는 게 옳으냐 하는 논란이 제기되는 것도 틀림없는 사실이다.
더욱이 현재 전경련이 자칫 간판을 내릴지도 모르는 위기상황에 몰려 있으며, 그것이 이 부회장의 불찰로 야기됐다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삼성과 LG, SK, 현대차 등 4대그룹이 전경련 탈퇴를 공식화하면서 다른 기업들의 이탈 움직임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 부회장이 청와대의 압력을 그대로 수용한 결과다. 그가 이런 사태에 책임지지는 못할망정 두둑한 퇴직금 봉투까지 챙기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논란이 제기되는 이유다.
또 다른 문제는 이렇게 과도한 퇴직금 산정이 가능하도록 이 부회장 자신이 미리 내부 규정을 바꿨을 것이라는 의혹이다. 전경련이 회원사들의 회비로 운영되면서도 임원들끼리 퇴직금 잔치를 벌이고 있었다면 ‘도적적 해이’라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전경련이 전열을 가다듬고 회생 노력을 보이고 있지만 이런 식이라면 국민적 동의를 받기도 어렵다. 이에 대한 전경련의 명쾌한 해명을 듣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