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3일 롯데마트 서울역점에 미국산 계란이 진열돼 있다. (사진=강신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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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미국산 계란보다는 그래도 국내산이 좀 더 질이 좋지 않겠어요.”
지난 23일 오후 롯데마트 서울역점. 남영동에서 왔다는 주부 김 모씨는 한 판(30개입)에 8490원하는 수입란, 이른바 ‘하얀계란’을 한 참 보다가 곧바로 국내산 계란코너로 발길을 옮겼다. 김 씨는 수입란 대신 행복생생란(대란·15개입·4980원) 두 세트를 집어 들었다. 가격은 1만원에 육박하는 9960원. 수입란 한 판보다 1470원 비싸지만 별다른 고민 없이 장바구니에 넣었다.
최근 AI(조류인플루엔자) 여파로 계란이 품귀현상을 보이자 정부가 미국산 계란을 수입해 유통에 나서면서 치솟는 가격 잡기에 나섰다. 대형마트 중에선 유일하게 롯데마트가 전국 전 매장(119개점)에서 판매(약100톤·5만판)를 시작했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한 분위기다. 국산이 아닌 ‘미국산’이라는점 때문에 계란 품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인식이 많았다. 아직은 선뜻 수입란에 손길이 가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 지난 24일 롯데마트 서울역점 국내산 계란코너에 소비자들이 몰려있다. (사진=강신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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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도 국내산 한 판보다는 저렴하지만 큰 경쟁력은 없어 보였다. 실제로 국산 계란 코너엔 행복생생란(대란·15개입·4980원)을 비롯해 △풀무원 1등급 목초란(대란·15개입·7950원) △농협황토유정란(대란·15개입·6580원) △초이스엘 친환경HACCP유정란EA(대란·10개입·5000원) 등이 진열돼 있었고 한 판(30개입) 구매시 수입란 가격인 8490원을 훌쩍 넘지만 마트 측은 물량을 채우기 바쁜 모습이었다.
이와 반대로 수입란 코너엔 소비자의 발길이 좀 뜸했다. 수입란이 수북히 쌓여있지만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소비자들이 찾았다.이 때문인지 수입란 코너 한쪽엔 미국 아이오와산인 수입란의 안전성을 강조한 푯말 하나가 서 있었다. ‘항공직송, USDA(美 농무성) 기준에 맞게 엄선된 신선한 계란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정밀한 안전검사 통과!’. 수입란을 꺼리는 소비자들이 의외로 많다고 판단해서인지 롯데마트가 직접 소비자들에게 호소하고 잇는 것이다. 미국에서 1년을 거주하고 귀국했다는 황 모(여·63)씨는 “예전에 미국에 있을 때 흰 계란을 먹던 생각이 나서 한 판을 사려고 왔다”며 “예전에 많이 먹어봤지만 국내산과 맛 차이는 없다. 똑같은 계란이라고 보면 틀림없다”고 말했다.
수입란을 구매한 소비자는 주로 황 씨처럼 하얀계란을 접해봤거나 도대체 맛이 어떤지 알고 싶은 호기심 때문인 경우가 대다수였다. 신당동에서 왔다는 강 모(65)씨는 “가격도 뭐 이 정도면 저렴하고 맛이 어떤지 궁금해서 샀다. 집에 가서 삶아서 먹어 보려고 한다”고 했다. 청파동에서 온 50대 주부 서 모 씨도 “흰색이라 신기하기도 하고 미국산이라 어떤 맛인가 싶기도 해서 수입란을 골랐다. 집에 가서 전을 부쳐 먹을 것”이라고 했다.
| 지난 24일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미국산 수입란인 ‘하얀계란’이 진열돼 있다. (사진=강신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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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30분간 계란 코너 앞에서 지켜본 결과 10명 중 3명만 수입란을 샀다. 나머지는 국산 15개입 한 세트 또는 두 세트를 골랐다. 이날 롯데마트 서울역점이 들여온 수입란은 총 480판. 오전 10시부터 판매대에 등장한 수입란은 오후 3시30분이 넘은 시각이었지만 150판 남짓 팔렸다. 기존에 판매되던 7690원짜리 국산 계란(30개입)이 매대에 진열되는 동시에 동나는 것과 비교하면 부진한 판매기록인 셈이다.
롯데마트는 자체적인 수급량 조절을 위해 1인1판(개인), 1인3판(개인사업자)제를 사실상 폐지했다. 롯데마트의 한 판매원은 “점포에서 그동안 계속 1인1판제 판매를 시행했지만 미국산 계란이 들어온 이후에는 따로 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