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리스크’(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에 따른 불확실성)로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서 외화대출 가운데 하나인 수출환어음의 매입수수료율(환가료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신용 위험도를 나타내는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상승하면서 은행들의 외화 조달금리도 함께 올라 환가료율 상승을 부추기고 있어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국내 수출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이 이어지면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하고 실물경제는 상당한 충격에 시달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환가료율 1월 말 대비 12.7% 상승
20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민·우리·신한·KEB하나은행 등 4개 주요 시중은행의 ‘무하자매입(Clean)’ 환가료율(90일물 기준)을 산술 평균한 결과 지난 16일 현재 평균 3.2547%로 올해 1월말 3.0167%에 비해 0.2380%포인트 상승했다. 4개 은행의 지난 3월 환가료율은 2.9928%로 하락했다가 매월 오름폭을 확대하며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환가료는 은행이 수출기업의 수출환어음 등을 매입한 뒤 외화 수출대금을 미리 기업에 지급하면서 이자 성격으로 받는 수수료다. 국제 간 거래의 기본금리가 되는 리보(LIBOR)에 각 은행의 환가 스프레드(가산금리)가 더해져 최종 요율을 결정한다. 따라서 CDS 프리미엄이 상승하면 가산금리에 영향을 미쳐 환가료율도 상승한다.
기업은 은행이 수출환어음 매입을 거부하면 원자재 구입이나 외국산 설비 구입 자금을 확보할 수 없어 환가료율이 오르더라도 고스란히 인상분을 수용해야 한다.
은행, 수출기업여신 관리 강화
은행은 외화조달 비용이 늘자 수출기업 여신 전반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A은행은 전 영업점에 외화대출 관련 관리 강화 공문을 전달하고 연말까지 예의주시하도록 했다. B은행은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에 더 높은 금리를 적용하는 한편 신규 대출이나 만기 연장에 대해서도 금리를 더 높일 수 있도록 내부지침을 마련했다.
C은행은 건별 100만 달러 이상을 대출하면 본사의 대출심사조건과 무관하게 자금부와 협의하도록 했다. 수출환어음 매입도 건별 1000만 달러 상당액이면 본점 자금부에 알리도록 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크레디트라인이 막힌 것은 아니지만 조달금리가 많이 올라 대출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CDS프리미엄이 상승하면 외화채권발행을 위한 비용이 늘어나 과거보다 비싼 대가를 내고 돈을 빌려 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수출단가 상승과 마진 하락 등 수출업체들의 채산성이 악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환가료율까지 오르고 있어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 수출기업은 환율 하락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어 수익성 악화가 불 보듯 뻔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은행들이 환가 스프레드를 조정해 수출기업들의 부담을 낮춰줘야 한다”고 말했다.
[용어설명] 환가료
은행이 수출기업으로부터 수출환어음을 매입할때 이자성격으로 부과하는 수수료를 말한다. 은행이 수출환어음을 매입할때 기업에는 돈을 바로 지급하지만 어음을 외국은행에 보내 상환받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급일부터 상환일까지 기간에 발생하는 이자부담을 고객에게 징수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