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조진영 기자] 매주 월요일 아침, LB인베스트먼트(이하 LB인베) 심사역들은 의자를 바짝 당겨 앉는다. 모니터에는 회사 전체의 딜 진행상황이 공유된다. 한국과 중국에 위치한 15명의 심사역들은 양국의 투자 트렌드를 읽느라 여념이 없다. 벤처캐피털(VC)부문 대표를 맡은 박기호 부사장이 내린 조치다.
LB인베는 크게 VC부문과 프라이빗에쿼티(PE) 부문으로 나눠져 있다. 그중 VC는 4개 그룹으로 나뉘어 13개 조합에 5692억원을 운용하고 있다. SME1그룹은 정보통신(ICT)투자를, 2그룹은 바이오투자를 담당한다. 전략투자실은 LG그룹 계열사의 투자를 맡고 있다. CBI그룹은 중국 투자를 전담한다. 심사역 15명 중 5명이 중국 법인 소속이다. 이 중 4명을 현지 채용해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투자분야를 정하는 게 ‘선택’의 문제였다면 얼마를 넣을 것인가는 ‘집중’에 해당한다. 현재 LB인베는 70여 개 기업에 3000억원 가량 투자한 상태다. 회사당 평균 40억원 내외다. 20억원 미만의 투자는 거의 하지 않는다.
박 대표는 “국내 벤처기업의 경우 사업계획을 받아보고 괜찮다는 판단이 들면 필요한 금액을 다 지원하는 방식으로 투자하고 있다”며 “해당 기업과 사업방향을 꼼꼼하게 논의해 성공시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 결과 50억원을 투자한 하이즈항공이 기업공개(IPO)에 성공하면서 10배에 해당하는 수익을 냈다.
LB인베가 이처럼 연타석 홈런을 날릴 수 있었던 데는 인력 선발 방식도 한몫했다. 박 대표는 “과거 벤처캐피털리스트에게는 경험이 강조됐지만 최근 산업변화가 급격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산업경력을 가지고 있는 심사역들을 뽑아 선임 심사역과 한 팀을 이뤄 투자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임회사 성장모델과 IT회사 성장모델이 다른 만큼 ‘구력(球歷)’보다는 트렌드를 읽을 줄 아는 젊은 인력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