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국립현대미술관의 새로운 수장이 누가 될지 미술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1월 인사혁신처가 관장 공개모집 공고를 냈고 현재 접수가 마감된 상황에서 서류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3월 중순까지는 새 관장을 뽑을 예정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지난해 10월 정형민 전 관장이 학예사 부당 채용 파문과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직위해제 조치, 중앙징계위원회로부터 2개월 정직 처분을 받고 자리에서 물러난 뒤 초유의 관장 공석 상황이 이어졌다. 우여곡절 끝에 새로운 관장을 공모하기에 이르렀지만 미술계에는 기대보다 우려의 시선이 더 많다. 최근 국립오페라단의 신임 예술감독 선출 과정을 비롯해 정부의 각종 예술 관련 산하단체장 인선에서 ‘낙하산’ 논란이 불거진 게 첫 번째 이유다.
게다가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의 주관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미술계에서 서울대와 더불어 가장 입김이 세다는 홍익대 미대 교수 출신인 것도 걸림돌이다. 새 관장 선출에 장관과의 학연이 작용했다는 뒷말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공교롭게 최근 임명된 영화진흥위원장, 저작권위원장, 아리랑TV 사장 등이 모두 김 장관과 같은 학교에서 교수로 일했다.
인사혁신처에서 제시한 면접시험의 심사요건도 우려를 자아낸다. 인사혁신처는 ‘공무원으로서의 정신자세’ ‘전문지식과 그 응용 능력’ ‘의사표현의 정확성과 논리성’ ‘예의, 품행 및 성실성’ ‘창의력, 의지력 및 발전가능성’ 등의 순서로 가점을 둬 면접시험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미술관장이라는 전문성에 방점을 찍기보다 말 잘 듣는 공무원을 뽑겠다는 인상이 강하다.
미술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대략 15명이 이번 국립현대미술관장 공모에 응모했다. 여기에는 친박 연대 소속 전 국회의원도 포함됐다는 전언이다. 이른바 ‘정치권 출신 인사’라는 정피아 논란이 불거질 소지도 생긴 셈이다. 이런 복잡한 상황에서 미술계의 우려를 불식할 수 있는 방법은 한 가지뿐이다. 미술계 안팎에서 신망을 받고 전문성을 검증받은 인사를 뽑으면 된다. 새 관장 선임 소식에 ‘어?’ 하는 갸우뚱보다 ‘아!’ 하는 감탄사가 먼저 나오게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