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th SRE]네이버, 10년 노하우 '라인·밴드'로 폭발

  • 등록 2014-05-13 오전 7:00:00

    수정 2014-05-14 오전 9:07:36

[이데일리 이유미 기자] 지난해 말 기준으로 시가총액 10위권 내 진입한 기업 중 1995년 이후 설립된 기업은 은행권들의 합병으로 인해 새로 만들어진 금융지주사, SK이노베이션, LG화학, 네이버가 전부다.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은 대기업의 분할로 생긴 회사로 신생기업이 시총 10위권에 진입한 것은 네이버(035420)가 유일하다.

게다가 네이버는 신생기업으로 우량 신용등급인 AA-를 부여받았다. 그러나 네이버가 항상 성공만 해온 것은 아니다. 3년 전만 해도 모바일시대에 적응하지 못한다며 ‘네이버의 위기’라는 지적을 받았다. 또 그동안 끊임없이 해외시장의 문을 두드렸으나 고배만 마셔왔다. 하지만 이제는 어디에서도 ‘네이버의 위기’는 언급되지 않고 있으며 국내 인터넷기업 중 처음으로 해외시장 진출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황인준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네이버의 성장에 대해 “네이버는 단순하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갖추고 핵심 역량에만 사업을 집중해 PC에서의 검색과 모바일에서의 메신저 플랫폼 모두에서 확실한 국내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PC 플랫폼 노하우…모바일에 심는다

2000년대 중반 검색포털사이트 1위에 오른 네이버는 10년째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02년 검색서비스 ‘지식인(iN)’으로 인기를 끌면서 네이버는 카페, 블로그 등 커뮤니티 기능을 강화하고 좋은 질의 콘텐츠도 흡수하기 시작하면서 업계 선두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이곳저곳을 방문하기 보다는 한 곳에서 많은 것을 해결하기를 원하는 국내 네티즌의 성향을 제대로 파악한 덕분이다. 네이버는 이를 통해 플랫폼을 잡는 자가 인터넷시장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을 터득했다.

모바일시장에서도 네이버는 ‘플랫폼’ 노하우를 심는 전략을 세웠다. 바로 4억20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모바일메신저 ‘라인(LINE)’과 3000만명의 가입자를 가진 커뮤니티 앱 ‘밴드(BAND)’를 통해서다. 일본을 시작으로 해외시장에서 안정적인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는 라인은 게임을 통해 모바일시장에서 충분히 플랫폼으로서 성장 가능성을 증명해 보이고 있다. 지난해 라인의 매출 4542억원 가운데 라인게임의 매출 비중은 60%를 차지한다.

네이버는 라인에 다양한 기능을 적용할 예정이다. 음원제공 서비스 ‘라인뮤직’, 스마트폰에 특화된 전자상거래 서비스 ‘라인몰’ 등 이용자에게 쉽게 다가가는 서비스는 물론 기업 대상 공식 계정 ‘라인 비즈니스 커넥트’, 누구나 라인 전용 스티커를 제작할 수 있는 ‘라인 크리에이터스 마켓’, 최대 20명의 이용자들이 한곳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라인 플레이’ 등의 서비스를 시작했거나 준비하고 있다.

김상헌 네이버 대표는 “올해 라인의 전세계 가입자 5억명을 목표로 남미와 유럽 등 새로운 지역에 진출할 계획”이라며 “라인의 플랫폼 기반도 전자상거래와 디지털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등으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밴드도 조만간 게임플랫폼으로 확장할 예정이다. 카카오톡과 라인의 게임플랫폼 성장성을 고려한다면 밴드도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네이버 관계자는 “구체적인 전략을 세우지는 않았지만, 밴드의 특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다른 기능들을 적용해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고 말했다.

PC에서 쌓아온 플랫폼 전략을 모바일에서도 적용하는 네이버지만 모바일 특성에 맞게 차별화하는 부분도 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는 모든 콘텐츠와 서비스를 네이버 내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 반면 모바일에서는 라인이나 밴드를 중심축으로 이용자들이 다른 서비스로 이동하도록 하는 방사형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10년 두드린 ‘해외’ 벽…무너지나

라인의 이용자 중 90% 이상이 해외 이용자다. 국내에서는 아직 영향력이 미미하지만 해외에서는 가입자 수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라인의 해외 진출 성공은 하루아침에 빛을 본 것은 아니다. 지난 10년 넘게 진행된 수없는 실패가 숨어있다.

네이버는 지난 2001년 일본, 미국, 인도네시아, 중국 등 해외 시장에 진출했다. 일본시장에서는 ‘네이버재팬’을 만들고 가장 자신 있는 검색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2005년 전면 중단했다.

2006년 검색엔진업체 첫눈을 350억원에 인수한 후 2009년 일본에서 검색서비스를 다시 오픈했다. 하지만 또다시 성과를 이뤄내지 못했다.

미국과 중국에서는 게임사업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미국에 한게임USA를 설립했으나 9·11 사태가 벌어지면서 사업을 접어야했다. 중국에서는 차이나텔레콤 등 중국 유력 합작 파트너사와 공동으로 ‘한게임 차이나’를 설립했지만 중국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하고 지난 2010년 NHN의 중국 게임포털 ‘아워게임’의 지분을 매각했다.

10년 넘게 네이버는 해외 시장 좌절이라는 굴욕을 맛봤지만 허황된 꿈도, 소득이 없었던 투자도 아니었다. 언론에서는 네이버의 해외 진출에 대해 무리한 투자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네이버는 해외 시장에 대한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그동안 현지 시장을 분석하면서 쌓아온 노하우가 이제야 빛을 발하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 라인은 국민 메신저로 자리 잡았다. 태국, 대만, 인도네시아, 스페인 등 1000만 가입자를 넘은 국가가 10개국이다. 최근에는 남미에서도 좋은 신호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최근 스페인어 TV채널을 통해 미국 내 첫 광고를 시작했다. 중남미 최대 통신사 텔레포니카와 제휴를 맺고 파이어폭스 운영체제(OS)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분할, 합병…끊임없이 변하는 네이버

2000년대 초 국내 온라인 시장 1위 업체로, 최근 라인으로 해외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네이버지만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인터넷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네이버는 끊임없이 고민하고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수시로 조직을 세팅하며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네이버는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 지난해 포털사업 ‘네이버’와 게임사업 ‘NHN엔터테인먼트’의 분할을 결정했다. 또 모바일전문 자회사 ‘캠프모바일’과 모바일메신저 라인사업을 담당하는 ‘라인플러스’를 설립했다.

당시의 결정은 적절했다. 네이버와 NH N엔터는 각자의 전문분야에 집중하며 빠르게 해당 시장에 대응할 수 있게 됐다. 캠프모바일도 밴드와 ‘도돌’ 시리즈를 통해 모바일 앱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사용자의 요구를 빨리 포착하고 어느 업체가 빠르게 서비스를 출시하느냐에 달린 모바일시장에서 통하는 전략이었다. 라인도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에 대응하며 성장속도도 빨라졌다.

새로운 시장인 모바일광고는 직접 챙기기 위해 지난 3월 자회사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NBP)의 광고 및 플랫폼 사업 부문을 인적분할해 네이버에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했다. 모바일광고에 보다 기민하게 대응하고 광고의 정보 가치를 제공하는 등 더 책임감 있게 검색광고를 운영하기 위해서다.

이해진 네이버 의장은 최근 사내 강연을 통해 “서비스를 만드는 속도는 기업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과 사용자가 정하는 것”이라며 “세상과 사용자가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회사가 살아남으려면 그걸 수용하고 빠르게 변화해야 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19th SRE’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19th SRE는 2014년 5월9일자로 발간됐습니다. 책자가 필요하신 분은 문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의 : 02-3772-0161, mint@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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