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유정 기자] 천하의 골드만삭스도 유로존 재정위기와 국제 금융시장 불안에서 자유롭지는 못했다.
지난 연말 피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신용등급을 낮춘데 이어 마지막으로 무디스까지 이에 동참했다. 골드만삭스는 A3로, 모간스탠리는 Baa1, 씨티그룹은 Baa2로 떨어졌다. 특히 파생손실을 크게 입은 월가 `공룡` JP모간체이스의 신용등급은 A2(부정적)으로 떨어지며 추가 등급 하향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잘 와닿지 않는다면 한국계 은행들과 비교하면 한결 쉬워진다. 한국의 국가신용등급과 동일한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과 KDB산업·기업은행에 대해 무디스가 제시하고 있는 등급 수준은 A1(안정적).
그 외에도 국민·신한·농협·우리·하나은행 등 시중은행들이 A1(안정적) 등급을 받고 있고, 그 뒤를 이어 외환은행과 한국씨티·부산·대구은행 등이 A2(안정적) 등급을 받고있다. 즉 모간스탠리가 이번에 받은 Baa1 등급은 한국계 은행중
전북은행(006350)과 동일하고, 골드만삭스(A3)는 우리의 대표 지방은행인 부산·대구은행보다도 한 단계 아래다.
이들 글로벌 IB들의 굴욕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이들 IB의 5년만기 채권의 미 국채대비 가산금리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골드만삭스가 337bp, 모간스탠리가 495bp 수준이다. 같은 시기 KDB산업은행의 가산금리가 215bp, 국민은행 237bp 인것과 비교하면 그 격차는 상당하다. 그만큼 이들 IB의 신용도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고 동시에 조달비용이 치솟았다는 의미다.
국제신용평가사들이 하나 둘 글로벌 IB에 대한 신용등급 하향 움직임을 보이면서 골드만삭스는 예정했던 엔화 조달을 미루기도 했다. 조달 비용이 치솟을 가능성과 동시에 투자자 모집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계 은행들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외환은행이 글로벌본드를 발행하는데 무려 395개 해외 투자가들이 몰려들었고, 지금과 같은 시장 환경속에서도 아시아 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 투자자들도 많이 모았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기업은행과 동행한 미국 로드쇼(NDR)에서도 글로벌 투자자들의 한국물 투자에 대한 시각은 매우 긍정적이었다는 후문이 들려온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SK이노베이션(096770)이 최근 홍콩과 싱가포르를 돌며 해외 투자자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기업의 펀더멘털과 실적 성장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이를 계기로 우리 시장의 펀더멘털을 다시 한번 짚어보는 것은 어떨까. 한국증시는 1900선을 회복하지 못하고 제한적 흐름만 반복하고 있고, 대외 불확실성 속에 기관들은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특히 수출 감소는 불가피해보인다.
그럼에도 우리 금융기관들의 외화 조달비용은 안정적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MSCI 선진지수 편입이 불발됐지만 그 영향이 미미한 것도 결국 펀더멘털에 대한 믿음이 시장을 강하게 받쳐주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요즘처럼 대외 변수가 투자심리를 시시각각 뒤흔드는 때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도 방법이다. 결국은 펀더멘털이 강한 자가 마지막에 웃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