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의 환대
이 대통령 내외는 18일 오후 헬기를 타고 캠프 데이비드에 도착, 골프 카트를 타고 미리 나와 있던 부시 대통령 내외의 환영을 받았다. 부시 대통령은 이 대통령을 대기하고 있던 골프 카트로 안내해 "운전하겠느냐"고 물었고, 이 대통령은 "해보죠"라며 직접 운전대를 잡았다. 부시 대통령이 기자들을 향해 웃으며 "이 대통령은 내가 운전하기를 꺼리는 모양"이라고 농담하자 이 대통령 역시 "부시가 나의 손님"이라고 농담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동하면서 이 대통령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훌륭한 운전사"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카트를 타고 1시간30분 동안 캠프 영내를 둘러보는 동안 부시 대통령에게 "내외가 바쁠 텐데 이틀씩이나 시간을 내줘 고맙다"고 했고, 부시 대통령은 "친구로서 당연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수행한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두 정상 내외는 이어 오후 6시30분부터 1시간 35분 동안 '로렐 캐빈'에서 로라 여사가 마련한 몬태나산(産) 소고기 스테이크로 저녁 식사를 했다. 미국 대통령 선거와 에너지, 고령화 문제 등이 화제에 올랐다고 한다.
이 대통령 내외는 만찬을 끝낸 뒤 부시 대통령 내외의 안내로 숙소인 버치 캐빈에 도착, 잠시 수행원들과 환담한 뒤 잠자리에 들었다. 버치 캐빈은 평소 부시 대통령의 부모가 묵는 곳이다. 이 대통령 내외 외에 캠프 데이비드의 다른 숙소에서 1박한 사람은 만찬 참석자 3명과 일부 수행원, 경호원 등뿐이다. 다른 공식 수행원들은 캠프 데이비드에서 차로 10분쯤 떨어진 모텔에서 묵었다.
◆정상회담과 기자회견
그러나 두 정상은 때때로 뼈 있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은근히 '기싸움'도 펼쳤다고 한다. 부시 대통령이 "지구 온난화 문제에 대해 같이 대응하자"고 하자 이 대통령은 "놀랍고 감사한 일"이라고 했다. 듣기에 따라선 "의외다"는 뉘앙스를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부시 대통령이 그동안 온난화 방지협약에 미온적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부시 대통령은 "(온난화 방지를 위한) 교토의정서는 나쁜 협정"이라고 자신의 소신을 피력하면서도 "그렇지만 중요한 과제니까…"라고 받아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두 정상은 회담을 끝낸 뒤 오전 11시17분쯤 헬기장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에서 결과를 발표했다. 두 정상 모두 간편한 복장에 캐주얼화를 신었다. 이 대통령은 연단에 서서 부인 김윤옥 여사와 함께 골프 카트를 타고 회견장에 먼저 도착해 있던 부시 대통령 부인 로라 여사에게 "굿 모닝, 로라"라고 영어로 인사를 건넸다.
두 정상은 30여분간 동시 통역으로 진행된 기자회견 동안 고개를 끄덕이거나 눈짓을 하는 등 상대 발언에 자주 공감을 표시했다. 이 대통령이 "주한 미군 수준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했다"면서 부시 대통령에게 "그렇죠"라고 묻자 부시는 "우리가 문서에 명시했습니다"라고 화답하는 식이었다.